나의 산행기 1./설악산

설악산 가을 산행기! - 나의 마음을 아리게 한 설악산 계곡들.

산에나갈련다 2007. 10. 3. 14:45

1. 산행일시 : 2006년 9월 30일 오후 08시 30분  성서 홈플러스 출발.


2. 산행코스 : 오색매표소-설악폭포-대청봉(1,708m)-중청-소청-봉정암-구곡담계곡-

             수렴동계곡-백담사.(산행시간 11시간)


3. 산행개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지와 쉼터로 첫손을 꼽는 곳이 웅장하고 신비한 남한 제일의 영산! 설악산이다. 빼어난 산세와 보는 것만으로 사시사철 희열을 느끼게 하는 조화로운 계곡들, 그 사이사이로 나무와 암석이 곁들여 절묘한 조하를 이루고 있다.

산행코스로는 오색을 중심으로 한 남설악 산행코스 중 가장 대표적인 오색-대청봉 코스! 대청봉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짧은 코스지만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 계단 일변도여서 고생을 많이 하게 되는 코스이다.

하산코스는 우리나리 제일의 적멸보궁이 있는 봉정암과 아름다운 구곡담계곡과 만해와 일해로 유명한 백담사 코스!

대구지역 사람들은 마음을 굳건하게 먹지 않으면 시간적으로나 산행거리로 보아서 산행하기 조금은 힘든 코스. 그래도 요즈음은 도로사정이 좋아 무박이나 당일 코스도 가능하다.


나 개인적으로는 주로 오색과 한계령 설악동을 출발지로 해서 대청봉이나 마등령을 거쳐 공룡능선이나 천불동 코스 및 서북능선을 위주로 산행하였고, 1년에 한 두 번은 반드시 설악산을 찾는다. 이번 산행으로 설악산 산행이 열네 번째 산행이었고, 오색에서 대청봉 봉정암과 구곡담 코스는 처음이었다.


4. 산행기  

백가지 산이 있어도 그 산에 오르면 제 각각 다른 맛을 느낀다. 산마다 그 나름대로의 맛과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악산만큼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고 아름다운 산을 찾기는 어렵다.

동해바다를 타고 내리뻗은 백두대간 줄기 중 가장 높은 산이 설악산이다. 전체 7,000봉으로 봉우리 수는 금강산에 미치지 못하지만 높이는 70m 가량이나 높다.

9월 하순에는 대청봉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해서 10월 중순이면 온 산이 붉게 물든다.

어제의 산행! 10월 1일! 시기적으로 단풍을 보기엔 조금은 이른 시점이었다.


토요일임에서 불구하고 근무하는 나는 회사업무를 마치고 무박 2일의 산행준비를 해서 버스 출발지인 대구 성서 홈플러스 앞에 도착한 시각이 20시. 지하식당에서 간단하게 초밥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20시 30분이 조금 지나자 오늘 산행할 버스를 필두로 3대의 버스가 도착했다. 탑승버스와 좌석을 확인하고는 승차하자 버스는 서대구 IC를 지나 중앙고속도로 위를 달렸다. 안동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후 설악산을 향했다. 오색약수터까지 모두들 수면을 취했다.


영동고속도로로 해서 오색매표소 앞에 버스가 도착한 시각은 01시 35분. 생각했던 것보다는 산행버스와 산행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단풍 절정기가 이른 탓도 있지만 시간적으로 조금 빨랐기 때문인지........ 그래도 매표소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위해 들이 닥쳤다.

나와 산행준비를 하고 01시 45분에 대청봉을 향해서 힘차게 무박 2일의 산행에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사람들 틈에서 대청봉을 향해 올랐다. 모두들 헤드런턴을 켜고 한 줄로 늘어서서 올라가는 모습이 볼 때마다 장관이었고 무엇 때문에 잠도 자지 않고 가을이 되면 설악산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을까?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과의 싸움이었다. 중간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설악폭포 앞을 지날 때는 03시 20분경이었다. 다시 계단과의 싸움이 시작되고......... 우리보다 먼저 오른 다른 산악회원들과 뒤에서 올라온 또 다른 산악회원들과 섞이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하늘이 흐려서 그런지 그 많고 반짝이는 별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수많은 크고 작은 별들이 쏟아지듯 반짝이고 있어야 할 하늘에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05시 경. 그래도 계단은 계속 이어지고........ 정상이 거의 가까워 오고 있었다. 속초시의 야경이 어둠과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일찍 산행을 시작해서 인지 일출은 아직 멀었고 새벽 찬 공기가 서늘하다.


05시 30분! 나는 대청봉 정상석 아래 다다랐다. 대청봉! -대청봉이란 청색을 띤 듯 크게 푸른 봉우리란 뜻이다. 언제나 영화롭고 융성할 것을 기원하는 봉우리이다.

일출 무렵의 새벽녘이라서 그런지 날이 조금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흐린 날씨라 일출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래서 어둠속의 대청봉에서 사진 한 컷하고는 바로 중청으로 내려섰다. 멀리 동해바다 하늘 위로는 일출 직전 여명의 붉은 띠가 멀리 형성되고 있었고 하얀 봉우리와 시커먼 봉우리가 뽀족뽀족 솟아있는 첩첩산중을 바라보면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추스렸다.

 

3년 전, 나는 이곳 대청봉에서 정말 동해바다를 향해 경건하게 일출을 맞이했었다.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은 너무나 맑고 깨끗하고 붉은 태양이 솟아올랐었다. 눈이 부셔서 오래 동안 바라볼 수가 없었었다. 경포대나 칠포, 구룡포 그리고 지리산 정상 등에서 일출을 맞이했지만 그날같이 붉게 타오르는 태양의 일출은 처음이었었는데.........


06시 경. 다시 대청과 중청 그리고 어둠을 뒤로 하고 소청을 향해 걸었다. 설악의 진정한 장엄하고 웅장한 산세 모습들이 서서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소청에서 다시 새벽설악을 배경으로 사진한 컷 하고는 봉정암 방면으로 내려섰다.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을 뒤로하고.


07시경. 소청대피소에서 컵라면과 가져온 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나는 용아장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다시 한 컷하고 봉정암으로 천천히 다시 걸었다.

용아장성! 이곳에서 바라본 용아장성! 정말 설악산의 진면목같이 장엄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한 참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내 등 뒤로 내리쬐는 아침햇살이 제법 따뜻한 느낌을 준다. 새벽 대청봉 바람이 차가웠기 때문인지........


봉정암에서 약수를 한 바가지 들이키고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우리나라 제일의 적멸보궁! 부처님 사리를 모신 곳! 대법당 저 멀리 부처님 사리탑을 바라본다.


여유가 있어서 그리고 사람이 밀릴 정도는 아니어서 그런지 나는 천천히 설악의 경치와 단풍 그리고 깊은 계곡 하나하나 감상하면서  구곡담 계곡을 걸었다.

쌍용폭포, 용폭포, 만수폭포, 그리고 이름 없는 수많은 폭포들과 이쁘게 곱게 아름답게 물든 단풍과 푸른 하늘과 옥빛 계곡물이 조화를 이룬 선경을 보고 감탄하면서 사진도 찍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쉬면서. 간간히  함께 온 산악회 시그널을 단 회원 분들 한두 명을 보기도 하면서 구곡담 계곡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기를 몇 시간. 11시 30분경 영시암 바로 위 오세암 가는 삼거리에 다다르고. 마지막 3.5km 두고 우리는 한 참을 쉬었다. 발바닥이 조금씩 아프기도 하고 잠도 오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또 안내판에는 한 시간 반 거리라고 되어 있지만 한 시간이면 충분히 백담사에 도달할 것 같기도 하고, 쉬엄쉬엄 가도 백담사에서 용대리 가는 버스 타는 것도 힘들 것 같지도 않는 시간이고, 또한 선두일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 여름 집중호우로 인해 설악산 계곡들이 사라지고 도로가 끊기고 했다는 뉴스는 들었지만 차마 구곡담 계곡까지 피해를 입었었다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실제는 너무나 참담했다. 철다리가 끊겨 휩쓸려 내려가고 온갖 나뭇가지가 얽혀있고 바위와 흙들이 계곡들을 메우고.......

임시로 계곡을 건너도록 나무둥치들을 묶어서 다리를 만들어 놓고, 계곡들 주변으로는 밧줄로 난간을 만들어 놓고. 그래도 설악산 주변 사람들 생계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악산은 개방시켜야 하고.

폐허라고 말해도 괜찮을 만치 황폐해진 백담계곡을 내려오면서 나의 마음은 한없이 아리고 아팠다.

백담사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30분! 만해와 일해가 교차한 경내를 둘러보고는 용대리로 가는 주차장으로 갔다. 버스를 기다리며 줄선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버스는 바로 바로 왔고 나는 1시 20분경에 용대리에 도착했다. 시원한 맥주를 한 캔씩 마시고 첫 번째로 출발하는 2호차 버스를 탔다. 맥주를 마신 탓인지 어제 종일 잠을 못잔 탓인지 대구 올 때까지 깊은 잠에 빠졌었다. 얼마나 잤는지 눈을 뜨니 칠곡이었다.

14번째 설악산을 산행했지만 대구에 어둠이 오기 전 오후 6시경에 도착한 것은 처음이었다.


산행을 하면서 언제나 느끼는 것은 삶도 산행과 같은 것! 나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느리고 부드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 이렇게 살아가자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오늘의 설악산 산행을 마쳤다.


2006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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