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찬가 천왕봉 찬가 -이 은상- 보라 나는 지금 천왕봉 머리에 올랐노라 구름 안개를 모조리 다 헤치고 세상에 가장 높은 자 되어 하늘 위에 올랐노라. 하늘과 땅과 바다와 여기 가득한 온갖 것들 작은 모래알과 나무껍질까지라도 모두 다 나를 위하여 있는 것임을 알았노라. 잘나고 높다는 자여 ..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5.08.03
11월의 불곡산 11월의 불곡산 -원인숙- 석양을 받으며 막바지 단풍이 남김없이 타오르더니 마침내 그 빛깔들을 모두 거두었다 사랑도 그리움도 이젠 쉬어야 할 시간 안으로 더 깊이 채찍질하며 침묵을 시작하는 나무들 산등성이를 오르는 바람도 말이 없다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4.11.11
혼자 가는 산 혼자 가는 산 산은 떼 지어 몰려가기보다 혼자 가는 곳이다 산은 고독한 영혼을 받아들이고 아픈 상처를 만져주고 여윈 가슴을 포근히 감싸준다 그러므로 우울하고 답답하면 산으로 가는 거다 분하고 원통하면 높은 산으로 가는 거다 한이 맺히도록 아프고 그리우면 험한 산으로 가는 거..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4.10.27
팔공산 팔공산 동쪽엔 갓바위 부처님이 계시고 북쪽엔 군위 석굴암 삼존불이 계시며 서쪽엔 파계사 원통전에 관음보살이 계시고 남쪽엔 동화사 약사대불이 계시는 곳 고려의 개국공신 申崇謙 장군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이 성스러운 땅 그 팔공산이 만신창이다 정수리는 뜯기어 철탑이 올라..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4.10.27
조침령 조침령 밤하늘을 날던 지친 새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새벽을 맞는데 너무 깊은 골짜기 여기가 어디쯤인지 가늠하지 못한다 단목령 복암령이 저기 있고 높새바람에 황소가 날아간다는 쇠나드리 눈이 오면 설피 없이는 못산다는 설피밭 아침나절 밭갈이밖에 못한다는 아침가리 그 숨어..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4.10.27
저항령 저항령 대간 길 따라 오르려니 황철봉 너덜 앞에서 발걸음이 멈칫한다 입을 벌린 바위틈 저 아래가 천국일까 지옥일까 한숨 한번 쉬고 건너뛰니 하늘이 노랗다 진땀 흘리며 황철봉 내려서니 백두대간 잘록한 허리 펑퍼짐하게 넓어서 하루 밤 쉬어가도 되겠구나 신흥사 스님들이 문바위..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4.10.27
자병산 자병산 마른하늘이 논바닥을 가를 땐 기우제를 지내고 드센 해풍이 천지를 뒤흔들 땐 들녘을 감싸주던 너 백두대간 한가운데 우뚝 솟아 힘찬 기운을 보이던 자병산아 너는 어디로 갔나 그 푸른 숲 그 아름답던 붉은 뼝대는 다 어디로 갔나 허연 속살을 드러낸 채 이리 헐리고 저리 뜯기고..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4.10.27
소요산과 원효대사 소요산과 원효대사 사랑인가 욕망인가 해탈인가 파계인가 인간의 한계는 어디쯤인가 요석공주를 남겨둔 채 허위허위 산천을 헤매다가 소요산에 숨어든 의미는 삶인가 정진인가 아 얇은 옷! 비에 젖은 아리따운 여체 그를 물리칠 수 있었음이 진실인가 위선인가 그래서 얻은 희열이 자재..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4.10.27
삼도봉 삼도봉 백두대간 한 줄기 밟아 진부령을 출발하여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를 거치고 드디어 전라도 땅에 이르러 가슴 부푼데 삼도화합이란 웬 말이냐 백두대간 허리 부러지듯 언제부터 삼도가 갈라졌더란 말인가 단군왕검이 신단수 아래 신시를 베풀 때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가 어디 ..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4.10.27
산에 오르면 산에 오르면 산은 높을수록 좋다 오르느라 힘들고 숨이 턱에 닿지만 높다란 봉우리에 올라서면 나이를 잊고 직업도 잊고 계층도 계급도 없이 지식 나부랭이 거추장스런 이념들 모두 허망하게 흩어지고 몸뚱이만 남아서 헉헉댈 뿐이다 그리하여 산에 오르면 누구나 알몸이다 그래도 부끄.. 나의 기타 글/산행 글 2014.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