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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병산

산에나갈련다 2014. 10. 27. 17:44

 

 

자병산

 

마른하늘이 논바닥을 가를 땐

기우제를 지내고

 

드센 해풍이 천지를 뒤흔들 땐

들녘을 감싸주던 너

 

백두대간 한가운데 우뚝 솟아

힘찬 기운을 보이던 자병산아

너는 어디로 갔나

 

그 푸른 숲

그 아름답던 붉은 뼝대는

다 어디로 갔나

 

허연 속살을 드러낸 채

이리 헐리고 저리 뜯기고

흘러내린 창자마저 흔적 없어

뼈 속까지 드러났구나

 

살과 뼈가 갈가리 뜯겨

자갈이 되고, 가루가 되어

전봇대가 되고, 다리가 되고.....

도시의 저 마천루가 되어

 

그 속에 너의 넋이

얼어붙어 있어

남은 건 꺼져 내린 슬픔뿐

 

그래서 너의 품속에 꿈을 키우던 소년도

오갈 데가 없어

저렇게 망연자실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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