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병산
마른하늘이 논바닥을 가를 땐
기우제를 지내고
드센 해풍이 천지를 뒤흔들 땐
들녘을 감싸주던 너
백두대간 한가운데 우뚝 솟아
힘찬 기운을 보이던 자병산아
너는 어디로 갔나
그 푸른 숲
그 아름답던 붉은 뼝대는
다 어디로 갔나
허연 속살을 드러낸 채
이리 헐리고 저리 뜯기고
흘러내린 창자마저 흔적 없어
뼈 속까지 드러났구나
살과 뼈가 갈가리 뜯겨
자갈이 되고, 가루가 되어
전봇대가 되고, 다리가 되고.....
도시의 저 마천루가 되어
그 속에 너의 넋이
얼어붙어 있어
남은 건 꺼져 내린 슬픔뿐
그래서 너의 품속에 꿈을 키우던 소년도
오갈 데가 없어
저렇게 망연자실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