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타 글/산행 글

저항령

산에나갈련다 2014. 10. 27. 17:46

 

 

 

저항령

 

대간 길 따라 오르려니

황철봉 너덜 앞에서

발걸음이 멈칫한다

 

입을 벌린 바위틈

저 아래가 천국일까 지옥일까

한숨 한번 쉬고 건너뛰니

하늘이 노랗다

 

진땀 흘리며 황철봉 내려서니

백두대간 잘록한 허리 펑퍼짐하게 넓어서

하루 밤 쉬어가도 되겠구나

 

신흥사 스님들이 문바위골로 올라와서 쉬었다 가던 곳

백담사 스님들이 길골로 올라와서 신흥사 스님들을 만나던 곳

그곳 저항령 한쪽에 고단한 몸 뉘어 눈을 감는다

 

불어오는 서북풍에 몸이 시리고

백두대간 눈길에 고달팠던가

숨소리 잦아들며 꿈속을 헤맨다

 

봄이면 구상나무 그늘에 얼레지가 머리를 빗고

초여름 덥다고 아우성일 때 핏빛 진달래가 고우며

한여름 더위라고 호들갑일 때면

청초한 산목련이 치마폭을 펼치는 곳

 

저항령의 사계절을 닮았는가

나그네 꿈속엔 봄도 없고 여름도 없이

늘 꽃잎만 가득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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