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동쪽엔 갓바위 부처님이 계시고
북쪽엔 군위 석굴암 삼존불이 계시며
서쪽엔 파계사 원통전에 관음보살이 계시고
남쪽엔 동화사 약사대불이 계시는 곳
고려의 개국공신 申崇謙 장군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이 성스러운 땅
그 팔공산이 만신창이다
정수리는 뜯기어 철탑이 올라서고
목 줄기를 타고 케이블카가 올라와서 목을 죄는데
가슴팍은 할퀴고 찢기어 골프장이 들어서고
마디마디 골마다 음식점이 넘치니
나래 편 봉황이 날아갈 수가 없다
그래도 갓바위 부처님은 알리라
이 모두가 가진 자들의 횡포라는 것을
가진 것 없는 민초들은
가파른 돌계단 길 올라
부처님께 치성을 드리니
“어여쁜 우리 영감 무병장수케 해 주소서
귀여운 내 자식 부디 무탈하게 해 주소서”
어설픈 아낙들은 집안 걱정 먼저고
자신을 위한 소원은 빌 줄도 모른다
그래도 갓바위 부처님은 알리라
이 어설픈 아낙들이 가진 자들보다 더 진실하다는 것을
팔공산을 헐고
거기 제 영달을 심어도
갓바위 부처님은 알리라
그 건 재앙일 따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