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령
대간 길 따라 오르려니
황철봉 너덜 앞에서
발걸음이 멈칫한다
입을 벌린 바위틈
저 아래가 천국일까 지옥일까
한숨 한번 쉬고 건너뛰니
하늘이 노랗다
진땀 흘리며 황철봉 내려서니
백두대간 잘록한 허리 펑퍼짐하게 넓어서
하루 밤 쉬어가도 되겠구나
신흥사 스님들이 문바위골로 올라와서 쉬었다 가던 곳
백담사 스님들이 길골로 올라와서 신흥사 스님들을 만나던 곳
그곳 저항령 한쪽에 고단한 몸 뉘어 눈을 감는다
불어오는 서북풍에 몸이 시리고
백두대간 눈길에 고달팠던가
숨소리 잦아들며 꿈속을 헤맨다
봄이면 구상나무 그늘에 얼레지가 머리를 빗고
초여름 덥다고 아우성일 때 핏빛 진달래가 고우며
한여름 더위라고 호들갑일 때면
청초한 산목련이 치마폭을 펼치는 곳
저항령의 사계절을 닮았는가
나그네 꿈속엔 봄도 없고 여름도 없이
늘 꽃잎만 가득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