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봉
백두대간 한 줄기 밟아
진부령을 출발하여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를 거치고
드디어 전라도 땅에 이르러 가슴 부푼데
삼도화합이란 웬 말이냐
백두대간 허리 부러지듯
언제부터 삼도가 갈라졌더란 말인가
단군왕검이 신단수 아래 신시를 베풀 때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가 어디 있었던가
한 핏줄 나누어 태어나서 무슨 화합인고
우리 아버지는 경상도
우리 어머니는 전라도
우리 마누라는 충청도 사람인데
나는 무엇이라 말인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날 때
거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태어나서
사람 구실 할 나이가 되니
별 소리를 다 듣는다
이 좁은 땅 덩어리에서
이렇게 못난 놈으로 이 땅에서 죽어가야 하는가
못난 이름으로 이 땅을 더럽혀야 하는가
저 화려한 ‘삼도화합탑’이 이슬에 젖고
삼도봉이 가슴을 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