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산-남원
자그마한 아가씨처럼
자그마한 강아지처럼
아무 꾸밈도 없고
넉살도 없고
으스댐도 없는
사람이 찾아오면
빙긋 웃음 한번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분바르고 치장할 줄도 모르고
있는 모습 그대로
얌전히 손님을 맞는다
건너 지리산을 보고도 수줍은 듯
눈길 한번 안 주고
가만히 앞만 보고 있다
이웃에 빼어난 암릉이 있고
억새밭에 사람들이 들끓어도
더 있으란 말도 없이
조용히 고개 숙이며
가는 손님 그냥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