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로봉
살만큼 살았으니
모난 곳도 무디어지고
일상도 무상하니
삶의 이치도 그렇단 말인가
그래서
눈자위에 눈물이 고이니 욕심도 사그라지고
주머니도 비었으니 손끝이 떨린다 말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
마음 한 구석에 그늘이 드리울 때면
응석부리 손주가 귀엽고
쭈그러진 할멈이 불쌍해진다
그래서
부처님 앞에 머리 숙여
북대사 종소리에 귀 기울이고
붉은 노을에 얼굴 붉히며
새삼스럽게 수줍어한다
지는 해를 등지고
다시 살라면
두로봉 같으리라
갈 때 쯤 되어서야 그렇게 깨닫는단 말인가
예전에 미처 몰랐던
두로봉이 할아버지를 닮았고
내가 두로봉을 닮아간다는 걸
이제야 알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