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양산
얼굴 하얀 동승이 서 있다
“스님 계신가”
동승의 대답이 엉뚱하다
“희양산이 저기 있거늘
스님은 찾아 무얼 하려고요
사람이 부처요
부처가 사람이라 하지만
스님이 저 위대한 희양산만큼이야 하겠어요“
따는 동승의 말이 옳다
파란 하늘을 이고 서 있는
설백의 희양산 그 기백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거늘
그래서 그 아래 봉암사가 있고
9산선문의 희양산파가 거기 있었던 것이거늘
굳이 스님을 찾아 뭣 하리
봉암결사로 불교유신을 이루었고
그 명맥이 오늘에 전함이
위대한 희양산 그늘이거늘
감히 정면으로 쳐다보기도 어려워
살그머니 뒤편으로 돌아간다
깊은 산그늘 속에 숨겨진
은티마을을 찾아드니
지름티재로 올라가란다
천길 벼랑에 매달려
희양산 그 등에 대고 소리친다
나도 부처님 가까이 가고 싶다고
그래서 등 뒤에서나마
희양산을 오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