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1./여행기

금강산! - 멋진산행/멋진여행

산에나갈련다 2007. 9. 20. 09:30

금강산! - 멋진 산행!/멋진 여행!

- 세존봉/구룡연/만물상 -


<금강산 세존봉 전망대에서 비로봉을 배경으로> 

 

 

1. 산행일시 :

             2007년 1월 12일 23시 30분  성서 홈플러스 출발

             2007년 1월 14일 22시 00분  성서 홈플러스 도착


2. 산행/여행코스 :

             1 일차 : 금강산 세존봉 1,132m (15km, 산행시간 : 8시간)

                         밤가암터-영춘대-동석-반월소-합수목폭포-세존봉전망대-

                         세존봉-사자목-*구룡연-주차장

             구룡연 : 구룡폭포-관폭정-연주담-옥류담-무대바위-흔들다리-

                         금강문-만경다리-상록수-금수다리-양지다리-목란다리


             2일차 : 금강산 만물상 천선대

                        만상정-삼선암-귀면암-천선대-하늘문-만상정


3. 산행개요 :

신계천 건너 서남쪽에 높이 솟아 있는 웅장한 바위산이 세존봉(1,132m)이다. 세존봉은 비로봉, 천선대, 채하봉, 백마봉 전망대와 더불어 금강산 5대 전망대 중 하나다. 서쪽내륙에 있는 비로봉에서 시작하는 산줄기가 동쪽으로 뻗어가면서 중도에 장군성·장군봉을 지나고 여기서 갈라져 나간 산줄기에 속해 있는 산이며, 근처에 법기암이 있다. 이 세존봉에서 북쪽으로는 옥녀봉·상등봉·상관음봉·중관음봉·하관음봉 등 연봉과 문필봉이 있고, 남쪽으로는 장군성·채하봉·접선봉 등 높은 산들이 이어져 있다. 그리고 동성동은 집선봉과 세존봉 사이의 계곡으로 경사가 완만하여 산책하기에 좋고 집선연봉의 수려한 경관을 바라보며 산행할 수 있는 코스이다.

세존봉 정상에서 주위의 경관을 잘 볼 수 있고 멀리 동해와 온정리 방면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서쪽으로는 비로봉을 비롯한 연봉을 바라볼 수 있다.

세존봉은 날카롭고 험준한 바위들, 거대한 바위능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 아래에 구룡연과 옥류동 골짜기가 있다.


4. 산행기/여행기


1일차 : 1월 13일. 토요일

언제가 반드시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 금강산이고 반드시 한 번쯤은 산행 해보고 싶었던 곳이 금강산 산행이며, 산행을 한다면 겨울 눈 산행을 하고 싶었던 곳이 금강산이다.  KJ산악회에서 세존봉 산행과 만물상을 볼 수 있다는 홈피 안내를 보고는 선뜻 신청한 지 20여일 만에 드디어 북한 땅 금강산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1월 13일 토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1월 12일 금요일 바쁘게 업무를 마무리 한 뒤 저녁 19시경 퇴근을 해서 산행준비를 하고 20시경에 성서 홈플러스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뒤 11시 30분에 KJ산악회 버스를 탔다.

버스는 중앙고속도와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13일 새벽 4시 30분경에 강릉 낙산사에 도착했다. 30분 정도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어제 먼저 도착한 회원들 숙소에 가서 간단히 샤워를 한 후 6시에 남측 출입사무소를 향해 출발했다.

<남북 출입사무소 앞에서>

 

중간에 북한 입국절차에 대한 현대 아산 직원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는 7시 10분경에 남측 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밖에서는 금강산에 눈이 많이 내린 관계로 세존봉 산행이 어렵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었고, KJ 정 교 산행대장은 산행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이 나를 즐겁게 했다. 잠시 대기 후 입국 절차를 거친 후 현대 아산의 금강산 관광 버스에 승차하여 북측 출입 사무소를 향해 달렸다.


기억 속에서 북한은 늘 '갈 수 없는 나라'였다. 98년 해상관광으로 시작해 2003년에 육로가 열리면서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나라가 되었지만, 북한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러던 마음이 7번국도 외길로 접어들면서 차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외딴 풍경 속에 자리한 통일전망대와 그 아래 남측 출입사무소. 금강산 가는 길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금강통문을 지나자 바람 가득한 들에 쓸쓸한 풍경의 비무장지대가 시작되었다. 그 사이로 난 시원한 길로 금강산 관광객들을 태운 똑같은 모양의 버스들이 왼편에 동해선 철도를 두고, 오른편에 시린 바다를 두고 천천히 달렸다.
잠시 후 산세가 신기하리만치 달라졌다. 봉우리가 둥글둥글한 바위산에 나무가 거의 없어 황량해 보였다.

남방한계선을 통과하여 북측 출입사무소에 도착했을 때는 8시 30분경이었다.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눈앞에서 보니, 이제야 북한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머릿속에도 있고, 지도에도 있고, TV에도 있지만 그동안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던 북한. 닮은 얼굴, 같은 언어가 주는 동질감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여느 외국처럼 입경 심사를 받고 우리는 금강산으로 이동했다. 정해진 경로 외에는 갈 수도, 볼 수도 없고 사진촬영은 더 더욱 안 된다는 예쁜 김미영 인솔 조장의 당부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숙소인 금강산 외금강 호텔 앞에서> 


숙소인 외금강 호텔 프런트에 산행에 불필요한 짐을 내려놓고는 바로 세존봉 산행지로 가는 금강산 버스에 탔다. 눈으로 온 산을 뒤덮은 금강산의 위용이 나를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이틀 동안 사용할 전자카드를 구입한 후 버스는 밤가암터로 우리를 내려놓았다.


10시 15분경 강원도 고성군 외금강 동석동 들머리인 신계천 동석다리 앞. 버스에서 내리자 아이젠과 스패치를 하고 북측 안내원과 현대 아산 직원들이 인원체크를 했다. 65명.


세존봉(1,135m)은 외금강의 한가운데 솟은 봉우리. 비로봉(1638m) 등 내금강 봉우리들에 비해 높이에서 뒤지지만, 집선봉·채하봉·관음봉 등 외금강 암봉들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휘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새로 선보인 세존봉 코스는 이미 개방된 동석동과 구룡연쪽 코스를 세존봉과 연결시킨 15㎞ 산행길이다.

<동석동 계곡에서> 

 

동석동 들머리는 울창한 소나무 숲. 완만한 산길이다. 오른쪽으로 보운암터·법기암터를 지나면 금강산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한다는 영춘대가 있다. 내를 하나 건너고 왼쪽 발아래에서 봄소식을 알려 주듯이 눈 덮힌 바위아래 얼음 속에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눈  덮힌 산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오르니 수북하게 깨끗한 눈이 덮혀 있는 너럭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를 지렛대로 삼아 흔들면 움직인다는 ‘동석’이 있는 너럭바위다. 3.5㎞ 지점. 바위에 앉아 바라보는 집선연봉의 자태가 눈부시다는데, 오늘은 집선연봉의 설경을 너무나 솔직하게 보여준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오른다.

눈 덮힌 산길을 500m쯤 오르니 반달 모양의 물웅덩이 반달소를 지나고, 물길 두개가 완만한 폭포를 이루며 만나는 합수목에 이른다. 집선·채하봉 쪽의 선하계 물줄기와 세존봉 쪽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런데 모두 빙벽이다.


이제 길은 다소 가팔라진다. 걷기가 힘들어 진다. 눈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더욱 미끄러워 진다. 서너 개의 마른 골짜기를 만나고 헤어지면 어느 순간 길은 급경사를 이루며 발목을 긴장시킨다. 눈에 푹 빠져 보이지도 않는 돌계단을 한 발짝 한 발짝 지그재그로 산비탈을 한 시간여 오르자 저만치 거대한 바위절벽이 다가온다. 절벽을 끼고 내려다보는 집선봉·채하봉쪽 경치가 황홀하련만, 골짜기는 오직 설경만으로 내 가슴 깊이 새겨 놓는다. 눈에 들어오는 집선봉 바위들은 정말 웅장하기 그지없다. 벽 높이가 700m에서 900m나 되는 것 같다.

 

<집선봉을 배경으로 동석계곡 전망대에서> 

 

 

날씨가 산행을 도왔다. 기가 막히게 조망이 좋다. 포근하다. 하늘은 푸르디푸르다. 북한 안내원과 잠시잠시 생활 얘기를 나누며 올랐다. 세찬 바람에 한 방향으로 가지를 벋은 침엽수들만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보이지도 않는 눈 덮힌 돌 밭길을 힘들게 좀 더 오르자 마침내 쇠사다리가 걸린 거대한 바위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존봉 전망대다. 잠시 북한 안내원과 함께 간식으로 곶감을 한 개씩 먹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눈다.

 

<세존봉 전망대 오르는 철계단 전경> 

  

70도 안팎의 깎아지른 바위벽을 사다리를 타고 10분간 올라야 한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아찔한 구간이다. 그런데다 바람도 세차게 분다. 철 사다리가 흔들린다. 등에서 땀이 베이기 시작한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사방천지 눈 덮힌 산들이다.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이 하얀 눈으로 치장하고 위용 있게 서 있다. 신선들이 키 자랑하는 집선연봉도, 안개가 모여든다는 채하봉도 관음연봉도 옥녀봉도 그리고 세존봉도 다 눈으로 덮혀 있고, 멀리 동해와 해금강, 삼일포로 보이는 절경이 그림처럼 떠 있으며, 절벽 아래로는 입석대 처럼 뾰족한 암봉들이 멋있게 서 있다. 왜 세존이란 이름을 지녔는지 이해가 된다. 온 산의 정기가 다 모이는 곳이다 싶다. 14시 경이었다.

 

<세존봉 정상을 배경으로 세존봉 전망대에서> 


 

여기서 아침에 강릉 낙산사 식당에서 받아 온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도시락  밥이 하얗게 얼어 있었다. 그래도 배고픈 탓에 정말 맛이 있었다. 얼마나 지체 했는지 추위가 엄습해오고 발이 시리기 시작한다. 방한복을 걸쳐 입고 금강산 비로봉을 배경으로 한 컷했다. KJ 산악회 회원들과도 한 컷했다.

추위는 자꾸만 더해가고 시간은 15시 가까이 되어 가는데도 북한 안내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우리 회원 분들이 세존봉 전망대에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고 식사하는 관계로 늦어지는 것이었다.

겨울산행 하산 시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금 늦더라도 구룡연으로 하산하기를 원하지만 위험구간과 눈 때문에 북한 안내원들이 어떻게 결정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북한 안내원들이 나와서 구룡연 방향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금강산 산행에 온 보람이 있나 보다. 즐거운 마음이었다.

 

<세존봉 정상에서 사자목으로 내려서는 구간에서>


 

구룡폭 옥류동으로 내려서는 길은 엄청난 눈에다 더욱 험하고 거칠고 가파르다.  눈! 눈! 과의 싸움이었다. 눈으로 인해 보이지도 않는 길을 러셀해야하고, 한 발 한 발 움직일 때 마다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져 내리고, 걸을 수 없는 엄청난 급경사를 그냥 눈 미끄럼 타야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해야 하고, 돌 밭길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쇠사다리도 눈으로 인해 보일 듯 말 듯 했다. 피곤의 연속. 바위마다 눈으로 덮여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어야 한다. 가끔은 눈 속의 돌과 돌 사이의 한 쪽 발이 깊게 빠지기고 한다. 아이젠이 눈 속 나뭇가지에 걸리기도 한다. 길을 헤치며 한동안 내려와 도 눈길은 끝이 없다. 1시간 30여분을 내려섰을까? 곧이어 흡사 용의 머리를 닮은 참나무가 나타나고, 산길은 어느 순간 오르막으로 바뀌더니 사자목까지 이어진다. 계곡을 계속 따르면 높이가 100여m 훨씬 넘는 비봉폭포 위로 내려서기에 길을 돌려놓은 것이다.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다시 오르는 눈길! 정말 힘들고 기진맥진이다. 그래도 비좁은 고개 사자목을 힘겹게 넘으면 아찔한 눈 덮힌 급경사 내리막 30여 분. 그리고 지그재그로 한 참을 이어지는 눈 밭길을 내려오니 눈앞 계곡 앞 쪽에 웅장한 빙벽 폭포줄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빙벽이 되어버린 구룡폭포을 배경으로 관폭정에서>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깃든 ‘상팔담’에서 떨어져 내리는 높이 87m의 구룡폭포다. 오른쪽 바위엔 ‘미륵불’ 한자가 새겨져 있는데 ‘불(佛)’자의 마지막 획이 밑으로 길게 뻗쳤다. 그 길이가 13m로 구룡연 깊이와 같다. 폭포 양쪽으로 거대한 절벽이 형성돼 있고, 시원스럽게 물을 떨어뜨리고 있는 모습 같아 더욱 웅장해 보인다. 정자인 관폭정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먹고 다시 사진을 한 컷 한다. 빙벽폭포를 감상한다. 아래쪽에서 물 건너 가파른 벼랑길을 따라 오르면 상팔담이 내려다보이는 구룡대다. 여기서부터 목란관 주차장까지 1시간여 내리막길은 주렴폭포·무봉폭포·비봉폭포·연주담·옥류동·금강문 등 수많은 소와 폭포, 집채만 한 바위들이 숲을 이룬 수려한 계곡이다. 모두가 하얀 눈으로 덮혀 있고, 얼어 있다.

<구룡계곡을 내려오면서 한 컷!!>

 

 

<높이 140m의 비봉빙폭을 배경으로>

 

염주폭과 은사류를 지나자 금강산 4대 명폭으로 꼽히는 높이 140여m 높이의 비봉빙폭이 가슴을 섬뜩케 한다. 계곡을 따라 한 참을 내려서자 널찍한 계곡, 부드러운 암반, 와폭을 타고 흘러 소로 스며들고, 잔잔한 담에 머물렀다 다시 기운찬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얼음 속 옥빛 물줄기 등 모든 자연풍광이 넉넉하기만 하다. 동석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헤드란턴을 하고 옥류동 들머리의 음식점인 목란관을 거쳐 주차장에 도착한다. 무박에나 엄청난 눈 산행! 나도 힘들고 피곤하다.

18시 30분경이었다. 6시간의 산행코스가 8시간의 눈 산행이었다. 선두임에도 이렇게 힘든 산행이었고 장시간의 산행이었다.


기다리던 금강산 관광버스에 몸을 싣자 먼저 출발한다. 10여분 뒤 숙소인 외금강 호텔에 도착한다. 체크인 후 방에서 짐을 풀어 놓고 현대 아산 식당에서 생태탕으로 식사를 하고 숙소로 바로 돌아와 사워를 한 후맥주 한 캔씩으로 오늘을 건배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2일차. 1월 14일. 일요일.

아침 6시 일어나 오늘 하루 일정을 위해 준비하고 6시 30분에 1층 로비 식당에서 식사하고 배낭을 메고 버스에 승차한다. 오전 7시.

점심으로 북한 평양냉면을 예약하고 우리는 만물상으로 출발했다. 예쁜 김미영 조장은 사실 같은 거짓을 섞어 가면서 만물상에 대해 재미있게 얘기한다.

 

<만물상 전경> 

 

<층층계단과 철계단을 타고 천선대 올라 가는 길에> 

  

만물상! 이름처럼 수만 개의 크고 작은 칼날 같은 암봉들이 눈을 덮어 쓰고 우후죽순처럼 서 있다. 이 만물상을 가려면 106구비를 돌고 돌아 올라가는데 차를 타고 77구비 올라가고 나머지는 걸어서 올라간단다. 오른쪽으로 거북바위, 닭 바위, 두더지, 멧돼지 등 갖가지 짐승 모양의 바위들이 자태를 뽐내고 왼쪽으로는 삼선암, 귀면암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천선대에서 만물상을 배경으로>

 

만물상이 바라다 보이는 정상인 천선대는 해발 936m의 뾰족안 암봉으로 층층대와 사다리 계단을 타고 50분은 올라가야 했다. 그렇지만 설 자리가 없어 잠시 머무르지도 못하고 한 두 장의 사진만 남기고 그냥 사람에 밀려 내려와야 했다. 앞으로 웅장하게 펼쳐 보이는 망양대가 만의 모습을 갖춘 만물상이다. 하늘로 쭉쭉 뻗은 바위의 설경이 천태만상으로 서있다.

 

<천선대에서 만물상으로 넘어오는 길에>

 

 

<귀면대를 배경으로>

 

11시 30분경 일정을 마치고 온정리 옥류관으로 식사를 하러 왔다. 평양냉면과 육회로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다 금강산 온천에서 온천을 했다. 아무도 없는 온천에서 이틀 동안의 피로를 노천탕에서 다 씻어 내 듯 1시간 여 동안 온천을 했다. 13시 30분.

 

<금강산 옥류관을 배경으로>

 

출발시간인 15시 40분을 맞추기 위해 남은 두 시간 동안은 금강산 관광호텔 방향의 소나무 숲길을 산책으로 소일하며 하루 일정을 즐겼다.

 

 

<금강산 온정리 지역 기념석 앞에서>


 

비록 무박 1박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감회가 깊었다. 세존봉에서 본 비로봉과 집선봉, 천선대에서 본 만물상, 너무 아름답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는다. 글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그저 가슴으로 느낄 뿐이다.

 

 

16시 30분. 북측 출입사무소에서 출경 심사를 받고 금강산 관광 전용도로를 통해 북한을 빠져나왔다. 도착할 때와 반대의 순서로 모든 과정을 되짚는 동안, 2일 간의 짧은 일정이 빠르게 스쳐갔다.

북한이 아니라 금강산만 보고 가는 것, 내금강은 못 보고 외금강만 보고 가는 것,

세존봉과 구룡연 그리고 만물상만 보고 삼일포와 해금강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비무장지대에 들어섰을 때 인솔 조장이 작자미상의 시조를 한 수 읊어 주었다. 시조에는 그 순간 내가 느꼈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같은 풍경을 보고 느끼는, 시간을 초월한 동감(同感). 내겐 통일을 바라는 까닭이 한 가지 더 생겼다.


남측출입사무소에 도착하니 16시 50분경이었다.

기다리는 버스를 타고 진부령으로 해서 한계령 휴게소에서 황태구이로 저녁식사를 하고 깊은 잠에 빠져 대구에 도착하니 22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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