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고 간간히 폭설 소식이 들려온다. 높은 산은 이미 한 겨울이지만, 이제 뒷동산을 오를 때도 겨울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할 때다. 겨울산행용 장비는 보온기능이 중요시된다. 혹독한 추위가 닥쳐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또한 쓰이는 장비의 용도에 방수, 방풍, 발한기능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겨울에는 아이젠, 스패츠, 보온병, 발라클라바, 오버글러브 등 평소에는 사용치 않던 여러 장비가 필요하다. 게다가 겨울용 의류나 신발, 장갑 등은 부피가 크고 값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동계용 등산장비다.
겨울산행은 예기치 못한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야외활동이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 알아둬야할 것도, 지켜야 할 수칙도 부지기수다. 이래저래 준비할 것이 많은 계절이다.
Part 1 겨울 산행용 장비
-동계용 등산복
보온성능과 함께 땀 배출도 고려해야
겨울용 의류는 등산복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보온력이 요구된다. 당연히 활동하기 편하고 휴대 또한 간편해야 한다. 옷의 쓰임새에 따라 방수, 투습, 방풍기능도 갖춰야함은 물론이다. 겨울철 의류도 땀 조절에 용이한 것이 좋다. 면으로 된 의류는 동계용으로 적당치 않다. 면은 한 번 젖으면 잘 마르지 않고 보온력도 상실된다. 속옷도 쿨맥스와 같은 기능성 소재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혹한기에는 고소내의를 착용한다. 폴리프로필렌, 메라클론,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로 만들며, 착용감과 활동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보온력은 물론, 땀 배출력이 좋고, 젖어도 건조속도가 빠르다.
상의는 플리스류의 티셔츠나 남방셔츠를 많이 입는다. 웃옷도 적당한 보온력과 활동성을 갖춰야 한다. 파워스트레치(Power Stretch)와 같은 신축성 좋은 플리스 소재가 인기 있다. 그 위에 방풍 보온기능을 지닌 소프트쉘 재킷을 걸치면 근교 산을 오르는 정도의 가벼운 산행은 가능하다. 하지만 악천후를 대비해 반드시 방수, 방풍기능의 하드쉘 재킷을 준비한다.
바지는 플리스 원단에 방풍 필름을 밀착한 원단의 제품이 무난하다. 윈드스토퍼가 대표적인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파워스트레치 소재의 바지는 착용감과 운동성이 뛰어나다. 다만 눈보라가 칠 때는 덧바지를 겹쳐 입어야 한다. 덧바지는 방수와 투습이 잘 되는 하드쉘 소재를 쓴, 입고 벗기 편한 디자인의 제품이 좋다.
우모복은 보온력이 뛰어난 제품이지만 운행 중에는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거나 막영산행시 유용하다. 머리를 완전히 감싸는 넉넉한 후드가 달리고, 가벼운 비나 눈은 막을 수 있는 제품이 좋다. 부피가 작고 잘 부풀어 올라 수납이 쉬운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운행구와 소품
중등산화·모자·장갑·스패츠·아이젠·스틱 등 필수
겨울산행에 별도로 필요한 운행구로는 중등산화, 아이젠, 스패츠 등이 있다. 그밖에 고소모나 발라클라바, 장갑, 오버미튼, 수통케이스 등의 소품도 갖춰야 한다. 다른 계절에도 사용하는 등산용 스틱이나 배낭, 고글, 수통, 헤드램프, 나침반, 지도 등도 꼭 휴대해야 할 것들이다.
동계용 등산화는 동상 방지를 위한 충분한 보온력을 갖춰야 한다. 방수성, 내구성, 마찰력 등은 기본이다. 두꺼운 가죽으로 된 중등산화를 많이 이용했으나, 요즘에는 부드러운 가죽과 고어텍스, 보온재를 혼용한 제품이 널리 쓰인다.
아이젠은 눈과 얼음 때문에 길이 미끄러운 경우에 사용한다. 가벼운 워킹 등산에는 발톱이 4~6개짜리가 적당하다. 체인형 아이젠도 근교 산행용으로 좋다. 극한 환경에서 기능성을 발휘하는 발톱 10개짜리 워킹용 아이젠도 나와 있다.
적설량이 많은 곳에서는 스패츠를 착용해야 한다. 등산화나 양말에 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보온막 역할도 한다. 방수투습성 원단으로 만든 것이 기능적이다. 당김끈과 부속품들이 튼튼한지 점검한 뒤 구입한다.
겨울용 배낭은 너무 작으면 불편하다. 당일산행도 45리터 용량은 되어야 여벌의 옷이나 장갑 등을 챙겨 넣을 수 있다. 막영산행의 경우 80리터 이상의 대형이 필요하다. 배낭커버를 준비해 비나 눈에 내용물이 젖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예상외로 낮의 길이가 짧다. 산 속에서 조금만 지체해도 한밤중에 산을 내려올 수 있다. 반드시 헤드램프를 휴대하고 여벌의 전지도 챙긴다.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헤드램프는 사용시간도 길고 부피도 작아 편리하다. 다만 빛의 도달거리가 조금 짧다는 것이 단점이다.
고소모와 발라클라바는 머리와 얼굴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소품이다. 평소에는 고소모의 뺨가리개를 이용해 추위를 막고, 강한 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면 발라클라바를 사용한다. 장갑은 용도에 따라 얇은 것, 두터운 것, 오버글러브 세 종류를 준비하는 것이 정석이다. 얇은 장갑은 기온이 비교적 높은 날이나 취사구를 다룰 때 착용한다. 두터운 장갑은 몹시 추울 때 운행용으로, 방수투습성 원단으로 만든 오버글러브는 러셀시 혹은 혹한에서 보온용으로 사용한다.
-동계용 취사구 & 막영구
바람에 강한 돔형 텐트와 휘발유 스토브
혹한기에 사용하는 동계용 막영장비가 따로 있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날개가 달린 동계용 플라이를 설치한 나지막한 돔형 텐트가 바람에 잘 견딘다. 인원에 맞도록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 적당한 크기를 준비한다. 눈 위에 텐트를 설치할 때는 바닥에 시트를 깔아 본체가 젖지 않도록 한다.
침낭은 보온력이 뛰어나고 부피가 작은 다운 제품이 적합하다. 방수투습 소재로 만든 침낭커버를 이용하면 습기를 막고 보온력도 높일 수 있다. 다운 함량 1,200g 이상은 돼야 혹한기에 사용이 가능하다. 매트리스는 충분한 두께의 발포 소재의 제품이나 공기 주입식 제품을 사용한다.
휘발유버너는 겨울에 위력을 발휘한다. 가스버너는 가볍고 자그마해 인기지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화력이 급격히 떨어져 무용지물이다. 휘발유 버너는 날씨가 추워도 뛰어난 화력을 자랑한다. 또한 휘발유는 가스에 비해 연료의 단위 중량당 생성열량이 훨씬 높다.
바람이 심한 겨울철에는 바람막이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다. 바람막이가 없을 때는 매트리스 등으로 대신할 수 있다. 그밖에 코펠, 식기, 수저, 칼, 라이터 등 기본 취사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준비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