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를 하다보면 사찰을 많이 찾게 된다. 그 이유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시대까지 불교의 성행과 승불의 결과로 국보와 보물 및 유형문화재가 많아서이고, 사찰의 역사적 의미와 자연적인 주위경관과 조화된 독특한 사찰 그 자체가 좋아서 찾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찰 대부분은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절입구를 깎아버리고 일주문을 지나도록까지 콘크리트로 포장을 하는가 하면 상가가 빽빽이 밀집해 있어 도심을 방불케 한다. 경내도 고요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화려하게 단청을 해버리거나 절 전체를 웅장하도록 새로 짓고, 불상이나 탑도 거대하고 만즐고, 더구나 모방한 탑까지 세우는 등 유흥가에서 손님을 유인하듯 모든 작업이 신도가 많다는 것을 자랑하거나 신도를 끌기 위한 수단같아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특히 수덕사 같은 경우는 입구에서 선방 앞까지 새로 지은 돌계단과 시멘트 건물인 황하루를 지어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가시도록 하더니 이제는 옛날 모습으로 복구하기 위해 누각과 계단을 해체하고 연못을 다시 메우는 등 절 전체를 황폐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사찰은 정갈하면서도 고요한 정암사나 쭉쭉뻗은 전나무가 상쾌함을 주는 오솔길을 걷게 되는 법흥사, 홈송이 울창한 숲을 지나 돌계단을 천천히 오르면 만나게 되는 개심사, 다감하고 호젓한 분위기로 사람을 붙드는 불회사, 고향 뒷산을 거닐듯이 슬슬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백련사 등과 같은 사찰이다.
무엇이든 개발이 되면 파괴와 오염이 따른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사찰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재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조화된 사찰은 불교계만의 소유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공유해야 하는 민족적 유산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1995년 대일산필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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