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행복한 느림보 산행하다.
산행일자 : 2008년 10월 18일(토)~19일(일)
산행코스 : 용대리-백담사-수렴동대피소-봉정암(1박)-소청-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금강굴-비선대-소공원
산행시간 : 첫째 날-6시간 30분
둘째 날-8시간 30분
산 행 팀 : 고교동기 부부동반 산행팀
<소청에서 바라본 2008년 10월 19일 일출 전경>
설악산 공룡능선! 3번째 산행하기 위해, 내년부터 10년간 휴식년제에 들어간다는 소문에, 2008년도 가을에 부부동반으로 금강산 산행을 2번째 하기로 했으나 정치적 상황으로 어쩔수 없이 대신 설악산 공룡능선을 1박 2일로 산행하기로 한다.
10월 18일. 오전 07시. 수성구 범물동 대구은행 앞에서 고교동기 산악회 산행 버스를 타고 효성타운과 월성동을 거쳐 중앙고속도로로 해서 12시 30분경에 인제 설악산 백담사 입구 용대리에 부부동반 24명이 도착한다. 백담사 가는 셔틀버스에 타기 위한 줄이 엄청 길게 늘어서 있다.
13시 30분. 주차장에서 빙둘러 앉아 점심식사 후 걸어서 백담사로 향한다. 백담사계곡의 가을 정취를 즐기며 6.5km를 1시간 10여 분간 걷는다. 다른 사람들도 기다림보다 많이 걷는다. 반대로 백담사에서 걸어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오늘 내일이 설악산 단풍이 절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5시경. 설악산 백담사 코스로 올때마다 둘러보지만 그래도 잠시 백담사 경내를 둘러보고 식수를 채우고는 바로 봉정암으로 향한다. 백담사 계곡의 오색단풍이 군데군데 너무 곱다. 햇살과 더불어 단풍이 밝게 빛난다. 참 곱다. 부부동반이라 천천히 행복해 하면서 느리게 설악에 오른다. 영시암에서 저녁으로 국수 한 그릇씩 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수렴동 대피소를 거치고 수렴동계곡을 따라 빨갛고 노란 설악의 가을을 만끽하면서 걷는다.
<백담사계곡의 오색단풍-1>
<백담사계곡의 오색단풍-2>
<수렴동계곡의 오색단풍 전경>
5시 30분경.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 언제 어느 산이든 거침없이 산행을 하는 집사람이 오늘따라 발바닥이 아프고 발가락이 아프다며 잘 걷지를 못한다. 베낭을 내가 대신 앞으로 메고 걷는다. 걷다 거다 수렴동계곡 너럭바위에서 피로를 씻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세수를 하고 발을 씻는다. 물이 차다.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머리가 맑아진다.
이제 헤드란탄을 켜고 걷는다. 어둠이 빠르게 내려온다. 계곡의 아름다움도 그저 물소리만 들릴 뿐이고 어두움 속에서 희미하게 폭포와 계곡의 모습만 바라본다. 하늘에는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들이 쏟아진다. 한 참을 바라본다. 야간산행!!
19시 30분경. 봉정암 500m 전에서 부터는 가파른 된비알을 오른다. 그래도 설악의 밤바람이 시원하다. 땀에 옷이 젖어들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그리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얘기하며 걷는다.
20시경. 봉정암에 도착한다. 공양시간이 지났건만 저녁을 먹을 수 있는지 스님께 물어본다. 공양할 수 있다기에 미역국에 한 그릇을 말아 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사리탑을 보고 싶어 사리탑에 오른다. 신도들이 밤 예불을 올리고 있다. 경건하게 보인다. 불경을 외는 소리도 가을바람과 함께 정겹게 들린다.
우리는 배정된 방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한다. 배정받은 방은 20여명만 들어 갈수 있는 곳이어서 다행이다. 방이 뜨끈뜨끈해 피로가 조금 풀리는 것 같다. 그래도 밤새 들락날락하는 사람들과 얘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선잠을 잔다. 그래서 나는 설악산을 산행할 때는 1박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무박으로 그냥 달린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설악산의 찬바람을 쐬고 산행준비를 한다.
05시 경. 공룡능선 산행할 팀이 출발한다. 선선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가파른 소청으로 올라선다. 소청대피소에서 아침으로 컵라면에 밥을 조금 말아서 먹고 다시 소청으로 올라선다. 정겨운 산 친구들과 소청의 상큼한 공기 마시며 설악 속으로 조금씩 스며든다.
<소청에서 바라본 일출 여명>
06시 경. 일출을 보기 위해 소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밤이 낮과 교차하는 시간! 여명이 불그스름하게 밝아온다. 동해에서 이내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발갛게 솟아오른다. 설악의 본 모습이 하나하나 드러낸다. 황홀감에 젖는다. 이래서 설악이구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다시 희운각으로 내려선다.
07시 경. 희운각에서 공룡능선으로 방향을 돌린다. 30여 분간 공룡으로 올라선다. 첫 봉우리에 올라서니 공룡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는 1,275봉과 범봉. 나한봉, 천화대. 신선봉. 마등령까지. 그리고 설악계곡을 가득 메운 신비의 운무를 바라본다. 오른편에는 멀리 달마봉과 울산바위가 힘차게 솟아 있고 화채봉이 무수한 능선들을 거느리고 우뚝 솟아 있다. 왼편으로는 용아장성이 설악을 더욱 웅장하고 수려하게 만들려는 듯 손에 잡힐 듯 솟아 있다. 그 뒤로 귀떼기청봉과 서북능선이 자리를 잡고 있고, 되돌아보면 소청과 중청 대청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올때마다 감탄한다.
<한 눈에 들어오는 공룡의 전경>
<설악계곡을 가득 메운 신비의 운무 전경>
<1,275봉을 배경으로 공룡능선에서>
<장엄한 범봉과 천화대의 전경>
<공룡의 지존인 1,275봉 전경>
<1,275봉 앞에서 한 컷>
다시 천천히 걷는다. 공룡의 첨봉을 향해. 공룡의 지존 1,275봉을 향해. 그리고 나한봉과 마등령을 향해. 천천히 마음껏 공룡에 빠져본다. 발가벗은 모습으로 상큼한 아침의 공룡은 우리를 맞이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어찌 공룡을 사랑하지 않고 어찌 또 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멀리 울산바위도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온기가 돌고, 그 뒤로 우뚝 솟아 있는 달마봉도 밤새 한기에 떨다 이제야 기지개를 켠다. 저 멀리 낮으막한 계곡에선 하얀 운해가 잔잔하고........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스쳐간다. 그야말로 산위에서 부는 바람이다.
함께한 산 친구는 공룡과 설악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연신 감탄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정겨운 친구들과 부부와 함께 올랐기에 더욱더 감동이고 함께 땀을 흘리기에 더욱더 행복하다. 그리고 항상 빠르게만 걷다가 이렇게 천천히 느리게 걷는 것도 행복함을 깨닫는다.
가을 설악! 그중에 공룡의 가을! 공룡의 단풍을 가을의 전설이라 누가 말했는지? 오늘 공룡의 가을은 고운 단풍이 없다. 가뭄탓인가 보다. 그래도 좋다.
아침 해를 뒤로하고 걷는 공룡의 아침!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밝게 비춰주는 햇살이 고맙기만 하다. 야성미 넘치는 공룡의 첨봉들-나한봉,1275봉, 범봉, 그리고 신선봉! 어느 봉우리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어느 봉우리 하나 웅장하고 장엄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나하나 넘고 또 넘는 오늘.......즐겁고 행복함에 빠져 든다.
<한 없이 올라가야 하는 나한봉 전경>
<공룡능선을 바라보며 1,275 봉 아래에서>
<나한봉을 향해 다시 출발하기 전 한 컷!>
<공룡능선 산행 중 휴식을 취하면서>
<첨봉 사이로 보이는 가을 능선 전경>
간혹 첨봉들을 감싸는 노오란 단풍잎 혹은 붉은 잎들....... 공룡은 그렇게 하나하나가 조화롭고 어우러져 가을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노오랗게 빠알갛게 물든 공룡의 등! 그곳을 오르는 수많은 산꾼들! 무엇을 보기위해 오르고 무엇을 채우기 위해 이곳까지 올까??
아름다운 가을설악에 헤메고, 황홀한 공룡의 가을에 넋을 잃으면서 걷고 걷고 그러는 사이 공룡의 지존 1275봉에 다가선다. 쳐다만 보아도 경외롭고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이는 공룡의 모습! 그곳엔 어김없이 1275봉이 자리하고 있다.
1275봉 앞에 올라선다. 설악의 첨봉들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곳! 시원한 한 줄기 가을바람이 잠시 머물고 가고픈 봉우리들. 천상에 올라온 듯 천화대, 범봉이 발아래 한눈에 들어오고, 서북능선, 화채능선, 용아장성! 보이는 것 것마다 절경이다. 울산바위 달마봉의 웅장함도 여전히 대단하다.
지금 나는 공룡의 가장 아름다운 곳에 서있다. 용아장성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멀리 귀때귀청봉과 서북능선이 아름답게 보이는 곳. 1,275봉! 이곳에 섰다.
11시경. 가을의 전설이 되어가는 공룡의 등을 넘고 넘어 마등령에 도착한다. 다시 되돌아보지만 또다시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발걸음이 자꾸 멈추게 된다. 설악이 나를 멈추게 하고 설악에 빠져드는 순간!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보람되고 행복하다. 행복하기에 설악을 찾고 설악의 품에 안겨 걷는 것이 행복하기에 설악을 오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늘 지금 이 순간처럼.......
<공룡능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세암 갈림길에서>
<비선대로 내려오는 능선길 오색단풍-1>
<비선대로 내려오는 능선길 오색단풍-2>
<비선대 내려오는 능선에서 바라본 기암 전경>
가을의 설악! 가을의 공룡! 공룡의 첨봉과 계곡의 단풍이 전설이 되어간다. 가을의 공룡을 한 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뒤로하며 비선대를 향한다.
12시 30분경. 금강굴을 오른다. 천불동계곡과 또 다른 설악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나의 산행기 1. > 설악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의 심장부 천화대!-종일 내린 비로 하늘이 열리지 않았다. (0) | 2011.07.25 |
---|---|
겨울 설악 대청봉을 오르자!-설경과 극한 즐기기. (0) | 2011.01.29 |
늦가을 설악산!-쏟아지는 별과 일출!을 보았다. (0) | 2008.06.13 |
늦가을 설악산 산행기-별과 일출!을 보았다. (0) | 2008.06.13 |
설악산 토왕성폭포!-1년에 한번 개방하는~ (0) | 2008.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