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1./지리산

지리산 칠사암!!-2퍼센트 모자란 산행!

산에나갈련다 2008. 11. 3. 11:29

 

지리산 칠사암!!-2퍼센트 모자란 산행!

하늘이 감추어 둔 땅과 암자!

 

 

산행일자 : 2008년 11월 02일.

산행코스 : 도마동-삼불사-문수암-상무주암-삼정산 정상-빗기재-영원사-도솔암 초입-영원령-와운계곡-와운리.

산행시간 : 7시간.

날      씨 : 맑음 후 조금 흐림

누 구  와 : 지리산 좋아하는 사람 22명.

 

 

가을의 색이 만연한 11월!  계절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하늘이 감추어 둔 땅과 암자! 지리산 칠사암 순례산행을 하고 싶었다. 온 산이 붉게 노랗게 물들고, 바람에 낙엽이 사르르 소리내며 뒹굴면서도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산길을 걸어보고, 실상사-약수암-삼불사-문수암-상무주암-영원사 그리고 도솔암 등 암자마다 간직한 애환과 사연을 느끼면서 잠시 다른 세계로 빠져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번개를 올렸다.

18명이 함께 하기로 하고 나는 10월 31일(금)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자연휴식년제인 이 곳 칠사암을 순례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06시. 법원 맞은편 출발. 신세계예식장과 성서 홈플에서 함께할 22분들을 태우고 25인승 버스는 거창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는 함양군 마천리 도마동을 향한다. 갑자기 늘어난 인원과 늦게 출발한 관계로 산행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언제나 답사할 수 있는 실상사와 약수암은 생략하기로 하고 도마동부터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코스는 25인승 버스이기에 도마동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45인승 버스는 1023국도에서 도마동까지 들어갈 수 없어 불가.

 

09시경. 도마동에서 견성골로 오르기 시작한다. 힘들게 흙길이 시작되는 곳까지 콘크리트길을 20여분 오른다. 여기서 단체로 사진 한 컷을 하고 잠시 휴식 후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든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길에 흩뿌려진 낙엽이 잘 어울린다. 우리는 시골길 같은 이 낭만적인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 조금씩 가파르진다. 1시간여를 오르니 삼불사와 문수암의 갈림길이 나타나고 우리는 거의 직경사에 가까운 가파른 삼불사 길을 택해서 오른다. 이렇게 오르길 40여분. 삼불사로 이어지는 너무 아름답게 놓여진 돌계단이 보인다. 한발 한발 오른다. 그러기를 10여분 삼불사가 보인다.

 

 

 

 

 

  

삼불사는 참으로 정갈하고 상큼한 수도도량이다. 앞 조망이 시원하게 탁 트였다. 한 참을 내려다 본다. 불공을 드리던 비구니스님이 나오셔서 우리를 맞이하고 따뜻한 뽕잎차를 끊여주신다. 법명을 물어도 싱긋이 웃기만 하신다. 차 한 잔씩을 가을과 함께 마시고는 이내 문수암으로 향한다.

 

 

 

 

 

 

오솔길 같은 산길을 다시 20여분 걷다보니 석축위에 문수암이 높다랗게 보인다. 도봉스님이 나와계시는데 정겹게 맞이 해주신다. 이런저런 대화를 좀하다 천인용굴을 둘러보고 다시 탁트인 지리산을 조망한다.  

 

 

 

 

 

산행할 길이 멀어 다시 출발한다. 오르막 산길을 다시 15분여 걷는다. 지리산 다른편의 또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지리산 주능선이 조망된다. 천왕봉과 중봉.하봉.두류봉. 장터목 산장과 영신봉 등......그리고 이어지는 오솔길. 상무주암이 보인다.

 

상무주암! 부처님도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경계이고, '머무름이 없는 자리' 라는 뜻을 가진 암자다. 더 이상 머무를 곳이 없다는 이곳! 깊고 깊은 산중에 자리한 호젓한 참선수도장이다. 인간속세를 벗어난 듯한 무릉도원 같다. 차지한 자리도 분명 명당이다. 그리고 역사속의 고찰!

 

뛰어난 사찰이 있기에 명산이 될 수 있고, 명산 속에 있기에 사찰은 명찰이 된다. 여기에 역사성이 더 붙여지면 고찰이 되는 것이다. 이 곳에 위치한 상무주암이 바로 이런 사찰이다.

 

 

 

 

 

 

'들어오지 마세요'란 팻말이 나무가지 두개로 빗장치진 문에 걸려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나는 빗장을 열고 상무주암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지리산 주능선과 확트여진 단풍으로 물든 계곡을 바라본다. 지리산을 앞마당으로 가진 사찰! 바로 아래에는 가파른 곳임에도 불구하고 야채가 심어져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12시 경이다.

 

후미가 오자 우리는 삼정산 정상을 향해 다시 10여분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가뭄이 심해서인지 먼지가 많이 난다. 전망 좋은 바위에서 조망도 하고 사진도 찍어본다. 그리고 다신 정상으로 간다. 둘러보고는 헬기장에서 식사를 한다. 산 정상이라서 그런지 선선한 바람이 추워진다. 12시 30분경이다.

 

 

 

 

 

13시경. 힘들어 하는 6명을 상무주암에서 음정으로 내려보낸다. 그리고 우리는 빗기재로 내달린다. 아무래도 해지기 전에 도솔암을 둘러보고 내려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다. 산길이 끝없이 아름답다. 단풍과 낙엽! 빗기재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는 영원사 산죽비트로 해서 영원사로 내려선다.  삼정산을 배경으로 앞쪽으로는 벽소령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경치가 아주 수려하다. 그리고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를 비롯해 청매, 포광, 설파 등 선불교 고승들이 거처간 수도 도량!

 

 

 

 

 

다시 도솔암을 향해 삼각고지 방향으로 걷는다. 길이 희미하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것 같다. 시그널도 하나 없다. 작은 계곡을 지나 길을 찾아 오른다. 중간중간에 큰 나무들이 쓰러져 길을 찾기가 힘든다.영원능선까지 올랐는 것 같다. 능선에 4거리가 나온다. 양사방 시그널이 걸려있다. 방향감각이 없어진다. 일단은 지도상으로 우측같아 올랐다. 그런데 그길은 영원령가는 능선인 것 같아 다시 되돌아 온다.

 

그리고는 직진방향으로 내려선다. 길도 없다. 바위와 잡목만 무성하다. 시간상을 되돌아 오를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그대로 내려선다. 회원들이 힘이 부쳐서인지 넘어지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한다. 지리산의 계곡은 끝이 없다. 그래서 해지기 전에 민가로 내려서기 위해 길을 개척하면서 앞장선다. 가끔 시그널이 하나씩 보인다. 낙엽에 미끄러지고 바위에 미끄러지면서 조심해서 내려선다. 후미가 엄청 늦어진다. 시간은 16시를 넘어선다. 아무리 늦어도 17시 30분까지는 민가에 도착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조급해진다. 그래도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안심하게끔 천천히 길을 개척한다.

 

오늘의 최고 목표 산행지인 도솔암은 사라졌다. 특공대만 왔으면 다시 되돌아 찾아서 갈텐데.....하늘이 숨겨둔 땅과 암자! 도솔암은 다음에 다시 한번 찾으라는 부처님의 계시로 알고 5%의 아쉬움을 남긴채 그냥 내려선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사람이 다닌 산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산을 굽어굽어 끝이 없다. 4시 20여분이 되어서야 벌꿀통이 보이고 송이버섯을 위한 철조망이 보였다. 안심되었다. 계곡에서 후미가 올때까지 세수를 한 번하고 발을 씻고는 잠시 휴식을 한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후미가 오고 조금 내려서자 와운리 와운산장이 보인다. 우리가 영원령으로 해서 와운계곡 와운리로 내려온 것이다. 영원사에서 도로 조금 아래 도솔암 초입으로 해서 도솔암을 보고 작전도로로 해서 음정으로 가야 하는데...... 바보!

버스기사에게 연락을 해서 뱀사골 입구로 오라고 하고는 우리는 와운리 마을 분에게 부탁해서 3만원짜리 트럭을 타고 뱀사골 입구까지 편안하게 도착한다.

 

오늘 지리산 칠사암 순례산행의 하산주는 지리산 흙돼지로 마감한다. 그리고 눈내리는 겨울에 실상사와 약수암 그리고 도솔암을 다시 찾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