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하늘! 맑고 넓은 바다! 깊고 깊은 계곡 속의 자연림! 그리고 온 강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불타는 단풍! 이러한 정취나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게 자리잡은 우리의 문화유적지를 이 가을에 찾는다면 얼마나 멋지고 즐겁고 유익한 답사가 아니되겠는가?
아직까지 문명의 손길이 덜 닿아 옛 생활과 자연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산골 화전마을의 산비탈 기슭에 서있는 너와집!
실권없는 왕의 무덤으로 진위 여부의 시비에 휘말려 비석하나 없이 퇴락한 채 섧고 초라하게 서 있는 공양왕릉!
이와 사뭇 대조적으로 이성계의 5대조인 목조가 살던 집 터와 그의 아버지 이양무의 무덤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잘 가꾸어져 있는 준경묘!
파도와 비바람에 씻긴 기암괴석이 해안을 막아서듯 절벽을 이루고 한명회가 그 경승에 취해 '능파대'라고 부르기도 한 촛대바위와 해암정을 안은 작은 어촌인 추암!
탁트인 맑고 푸른물이 한 눈에 들어오며, 해안선쪽으로 거침없는 동적인 맛이 흐르고 대나무와 소나무 숲속에 자리잡은 누정은 정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대비를 이루는 청간정!
갖가지 나무와 층암절벽이 좌우를 가로막고 그 밑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미천골을 따라가면 '하늘 아래 끝번지'라 불리는 깊은 산중에 삼층석탑부도 , 석등, 부도비 등 솜씨도 규모도 굵직굵직한 문화재가 남아있는 선림원터!
수많은 계곡과 기암절벽 원시림으로 이어진 구절양장의 꼬부랑 길과 동해안의 뛰어난 바다경치를 배경으로 답사를 다니노라면 우리 조국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 민족의 힘이 어디서 솟구치는지, 우리 조상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수 있으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리라.
1995년 9월 '대일산필'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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