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그리움을 피빛으로 꽃피우는 꽃무릇-불갑산 상사화 축제?
산행일시 : 2011년 9월 25일(일)
산행코스 : 주차장-불갑사-덫고개-노적봉-법성봉-투구봉-불갑산(연실봉)-부처바위-구수재-용천사-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 30분
날 씨 : 맑 음
불교적 색채가 짙은 불갑산 516m. 주변에 비해 비교적 골이 깊고 산세가 우량한 산으로 가을산행으로 좋은 곳이다. 능선에서 오르면 함평 나주 평야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산이다. 꽤 넓은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 연실봉에 오르면 가을의 정취를 취할 수 있는 독특한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불갑산은 깊은 계곡의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오솔길도 불갑산의 자랑이다. 그리고 꽃잎이 지고나면 잎이 돋아 눈 속에서 봄까지 그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대표적인 명물 '상사화'가 있다. 늦여름과 초가을에는 불갑산을 뒤덮는 상사화 군락은 불갑산만의 독특한 향기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고 6시 30분에 성서홈플에서 산악회 버스를 타고 88고속도로로 해서 불갑산을 향해 달린다. 10시 30분쯤 불갑사 가까이 도착했으나 밀리는 차량으로 중간에서 1.8km를 내려 걸어간다.
불갑산 상사화 축제로 인해 불갑사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차량으로 만원이다. 엄청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불갑사로 들어가는 곳에서부터 상사화는 빛 바랜 꽃이었고 북적이는 사람으로 상사화는 흙 먼지를 뒤덮어 쓰고 있다.
빛바랜 상사화를 보면서 걷는 내내 풀풀나는 먼지 투정이다. 나는 꽃무릇을 지나고 불갑사 경내를 한번 둘러보고는 바로 덫고개로 오른다. 여기도 사람으로 인산인해다. 산이 몸살을 앓는다. 덫고개까지도 물론이고 능선을 걷는 내내 사람에 밀리고 먼지로 고통스러운 산행을 한다. 노적봉을 지나고 법성봉도 지나고 투구봉도 지난다. 그리고 연실봉인 불갑산에 오른다. 발디딜 틈도 없이 사람으로 북적인다. 바로 내려선다. 부처바위을 지난다. 그래도 사람에 밀리고 먼지를 덮어쓴다.
지난번 화악산의 100만불짜리 신선하고 상큼한 바람다운 바람이 생각난다.
구수재를 지나서야 조금 조용하다. 산행객들이 구수재에서 불갑사로 많이 내려간 때문이다. 나는 용천사로 바로 간다. 상사화 몇 장과 안내판 한 두장이 오늘 산행의 전부다. 사진을 찍을만한 곳마다 사람의 공해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찍을 수도 없다. 사람으로 밀리는 능선과 먼지만 풀풀 나는 능선만 걷다 용천사로 바로 내려와 먼지투성이인 손과 세수를 하고는 파전과 동동주 한잔으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대구에서 불갑사까지 가는데 5시간. 대구로 오는데 4시간. 먼지만 나는 능선을 걷는데 4시간 30분! 그것도 사람에 밀리고 먼지만 마시다가 끝난 산행이다. 두번 다시 축제가 있는 곳으로 산행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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