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1./지리산

지리산! 천왕남릉!-악명 높은 미지의 코스! 2012년 마지막 겨울 심설산행!

산에나갈련다 2012. 2. 20. 08:12

 

 

지리산! 천왕남릉!-악명 높은 미지의 코스! 2012년 마지막 겨울 심설산행!

 

 

산행일시 : 2012년 2월 19일(일)

산행코스 : 중산리-남릉초입-천왕남릉-천왕봉-제석봉-향적사지-장터목-유암폭포-칼바위-중산리주차장

산행거리 : 약 12. 2km

산행시간 : 약 8시간 30분

날      씨 : 맑음(오전 차가움/오후 포근함)

누 구  와 : 마루금산악회 회원 18명과 함께

특이사항 : 중간 탈출로 없음.

 

<천왕남릉 암릉위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오늘 산행한 산행지도 1.>

 

<전망대에서 바라본 향적사지와 금강대 전경.>

 

나는 오늘도 지리산에 오른다. 친구들은 '지리산에 뭐가 있길래 그렇게 지리산에 가나?'라고 하지만, 난 지리산이 그냥 좋다. 그것은 지리산의 그 침묵이 좋고, 그 모습이 좋고, 그 색이 좋기 때문이다. 장쾌한 주능선이 좋고, 끝없이 펼쳐지는 지능선과 사이사이 그 청정계곡이 좋고, 첩첩산중이 좋고, 겨울엔 지리의 눈꽃과 상고대가 좋고, 남들이 가지 않는 비경코스가 좋다.

 

지리산은 나에게 끊임 없이 오라고 하고 나는 오늘도 지리산을 찾는다. 천왕봉자락 미지의 산길! 천왕남릉과 향적사지의 코스! 2011-2012 지리산 마지막 심설산행! 이런 것을 기대하면서, 영산인 지리산의 주봉 천왕봉과 제석봉의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하고, 가보지 않은 절터 향적사지와 비경 금강대를 둘러보고 장터목으로 빠져 중산리로 하산 한다. 

 

겨울 신새벽. 04시에 일어나 간단히 산행준비를 하고서는 빠르게 법원주차장으로 달려간다. 05시. 마루금산악회 버스에 탑승한다. 버스는 곧 바로 동아쇼핑과 성서홈플로을 거쳐 회원분들을 태우고는 88고속도로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해서 산청휴게소에 다다른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버스는 다시 중산리로 달려간다.

 

08시 15분. 중산리에 도착. 회귀지점까지 올라간다. 나는 베낭을 둘러메고는 회원 몇분과 바로 칼바위로 해서 삼거리를 거쳐 칼바위골로 들어선다. 법천폭포 위 출렁다리 끝에서 먼저 올라온 대장과 함께 후미가 오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후미가 오자 바로 언덕에 올라서서 주능선을 버리고 우축으로 키보다 더 큰 산죽사이를 뚫고 천왕남릉으로 파고 든다. 또다시 끝도 없는 산죽과의 싸움이고, 발아래 눈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미끄러지고 찔리고 할키고 걸리고 넘어지면서 지능선 전망대에 오를때까지 한번도 쉬지도 않고 숨가쁘게 오른다. 온 얼굴이 산죽으로 인한 상처투성이다.

 

지능선 조망 좋은 넓은 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차가운 생수를 한모금 마신다. 매섭고 차가운 지리 눈바람이 살을 에듯 옷깃을 파고 든다. 그래도 멀리 주등로 위 문창대와 망바위 그리고 황금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산죽과 눈과의 전쟁을 치르며 악명 높은 미지의 천왕남릉을 오른다.

 

2시간여를 오르자 아무도 다니지 않은 천왕남릉! 이따끔씩 눈에 띄는 시그널과 선두가 지나간 발자욱을 따라 걷지만 쌓인 눈은 깊어지고 길은 미끄럽고 바위길은 얼어 있고, 차디찬 눈바람은 몸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록 심하게 불어 제낀다. 그리고 얼어붙고 가파른 암릉은 지속적으로 펼쳐진다. 어쩌면 목숨을 담보로 지리의 천왕남릉을 오르는 느낌이다.

 

1. 길고 좁다른  암릉 위. 얼어붙어 미끄럽기 그지없는 길! 1m 여의 폭을 두고 수십미터 아래로 갈라진 틈새는 완전히 얼어 붙은 암벽 길이다. 설악산 용아장성의 뜀바위가 연상된다. 선두 몇 명은 위험하기 그지 없는 그 틈새 얼음직벽에 자일을 걸고 내려간다. 하지만 몇 몇은 그 틈새를 건너 뛴다.  나도 건너 뛴 대장의 도움으로 힘들게 건너 오른다. 건너편도 얼어 붙은 가파른 암릉이다. 정말 미끄럽다. 거기다 몸이 날려갈 정도로 센 차가운 바람. 자칫 미끄러져 떨어지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2. 이번엔 얼어붙은 가파른 수직 암벽이다. 주위 지형지물인 나뭇가지와 바위 홀드를 이용해 천천히 한발짝 한발짝 오른다. 그런데 마지막 암릉 위에 올라서야 하는데 잡을 곳도 없고 발 디딜곳이 없다. 아이젠을 했어도 발도 눈 속에서 계속 미끄러진다. 다시 먼저 오른 회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능선에 오른다. 조망이 아주 좋다. 지리의 주능선 남벽과 제석봉과 반야봉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천왕봉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한 컷한다. 지난번 2011년 12월 4일에 올랐던 눈 쌓인 가파른 통신골의 전경도 한 눈에 들어 온다.

 

3. 다시 얼어 붙은 암벽이 앞을 막아서고 있다. 몸을 바짝 붙어 손과 발을 최대한 활용해 한발 한발 오른다. 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 왔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 가지 말라는 곳! 위험하고 험한 곳! 누가 도와 줄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무조건 혼자 올라야 하는 곳이다.

삶도 이럴지니. 삶의 목표와 방향도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선택도 산행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책임과 판단 하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오를 산과 코스 선택도 어떻게 오를 것인가도........

 

4. 이번에 좁고 긴 얼어 붙은 가파르고 그늘진 협곡이다. 눈은 무릎까지 빠진다. 발을 내디디면 푹푹 빠지면서 미끄러지는 구간이다. 여기에다 또다시 오르기 힘든 난코스! 선두에서 먼저 올라간 회원이 던져준 자일을 잡고 올라도 정말 오르기 힘든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죽기살기로 안전하게 오르는 것만 생각하다 보니 정말 멋진 비경과 절경은

다 놓치고 팔과 다리는 바위에 끌키고 찍히고 상처투성이다. 그래도 좋다.

 

천왕봉이 거대한 벽처럼 내 앞을 막아서고 있다. 어차피 올라가야 하는 길! 힘들게 한발 한발 오른다.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그래도 즐겁고 행복하다. 아무도 가지 않는 푹푹 빠지는 깨끗한 눈길! 확트인 조망! 맑고 푸른 하늘!

 

 

12시 30분. 드디어 천왕샘터 아래 주등로에 올라선다. 차가운 눈바람은 불지만 따뜻한 남쪽 방향으로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천왕남릉 등정 기념으로 회원분이 가져온 와인도 한잔 한다. 시원하다.

 

13시 10분. 마지막 남은 천왕봉에 오른다. 그리고는 바로 목가적인 제석봉으로 향한다. 설경과 눈길이 아주 좋다. 제석봉 전망대 테크 아래 그 곳에서 다시 주등로를 벗어나 향적사지로 향한다. 조금 내려서자 눈이 엄청나다. 허벅지까지 푹푹 빠진다. 정말 걷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치고 나간다. 가파른 곳은 미끄럼타듯 그냥 미끄러져 내려간다.

 

드디어 향적사지 위 전망대에 오른다. 그 곳에서 향적사지와 금강대 그리고 천왕봉도 한번 조망한다. 내가 올랐던 천왕남릉도 바라본다. 그리고는 되돌아 가파른 내리막길 향적사지로 내려선다. 눈덮힌 향적사지를 한 번 둘러보고 천왕봉과 천왕남릉을 배경으로 회원분들과 단체사진도 한 컷한다. 금강대에 들렀다가 다시 장터목으로 빠져나간다. 눈길은 지속적으로 허벅지까지 푹푹 빠진다. 2011-2012 지리산의 마지막 심설산행!을 멋지게 대미를 장식하는 것 같다. 15시 30분.

 

미지의 악명 높은 천왕남릉은 겨울산행으로는 조금은 위험한 곳 같다. 겨울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코스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향적사지 길도 겨울에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심설산행지로는 좋으나 힘이 너무 든다.

 

칼바위골에 나와서는 쉬지 않고 중산리로 주등로를 내려선다. 17시가 되어서야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 버스는 후미를 태우기 위해 최대한 오를수 있는 곳까지 올라간다. 나는 주차장에 남아 차가운 물에 세수하고 발을 씻고는 기다리는 회원 3명과 함께 버스 정류장에서 추위에 떨다가 식당에 들어가 막걸리 한잔과 따뜻한 두부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1시간 여 뒤에야 후미를 태우고 버스가 내려온다. 18시 20분. 지리에 어둠이 내린다. 버스는 대구를 향한다.

 

마루금 회원님! 그리고 이한성 대장님! 함께 산행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산행할 수 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천왕남릉에서 바라본 문창대 전경.>

 

<천왕남릉에서 바라본 망바위 전경.>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1.>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2.>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3.-얼음길 오르는 회원분들이 보인다.>

 

<천왕남릉에 바라본 주능선 전경 1.>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4.>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5.>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6.-산행길임을 알려주는 붉은 시그널이 보인다.>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7.>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8.>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9.-여기도 붉은 시그널이 보인다.>

 

<천왕남릉에서 바라본 주능선 전경 2.>

 

<천왕남릉 산행길 전경 10.-올라야 할 길이다. 뒤에 천왕봉이 보인다.>

 

<천왕남릉에서 바라본 통신골 전경.-2011. 12. 4일 산행했던 코스.>

 

<천왕남릉에서 바라본 주능선 전경 3.>

 

<천왕봉 바로 아래 전경 1.>

 

<천왕봉 바로 아래 전경 2.>

 

<주능선에서 바라본 통신골 전경 1.>

 

<주능선에 서있는 눈꽃 전경 1.>

 

<주능선에서 바라본 통신골 전경 2.>

 

<지리산 주능선 전경-멀리 반야봉이 보인다.>

 

<주능선에서 바라본 칠선계곡 전경.>

 

<주능선 눈꽃 전경 2.>

 

<주능선 심설 전경.>

 

<주능선에 있는 안내판 전경.>

 

<제석봉에서 향적사지 가는 길 전경 1.>

 

<향적사지 가는길에서 바라본 금강대와 향적사지 전경.>

 

<심설에 파묻힌 향적사지 전경.>

 

<향적사지에서 바라본 천왕봉 전경.>

 

<전망대에서 향적사지로 내려가는 길에 1.>

 

<전망대에서 향적사지로 내려가는 길에 2.>

 

<향적사지에서 마루금 회원과 함께-산짐승들임.>

 

<얼어붙은 유암폭포 전경.>

 

<칼바위골 전경.>

 

<오늘 산행한 코스 지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