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깊고 깊은 곳의 비경(상투바위골-쉰길폭포-큰귀때기골)
산행일시 : 2012년 10월 3일(개천절)
산행코스 : 자양 2교-하단폭-상단폭-서북릉-귀때기청봉-쉰길폭포-삼중폭포-축성암터-합수곡-백담사
산행거리 : 도상거리 10.7km
산행시간 : 11시간(휴식포함)
중간탈출 : 없 음
날 씨 : 맑 음
누 구 와 : 마루금 산악회 44명
<쉰길폭포에서>
10월 3일(수) 개천절! 설악산 비경의 두 골짝을 찾는다. 상투바위골과 큰귀때기골이다. 귀때기청봉을 중심에 두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숨은 비경의 골짜기다. 상투바위골에 걸려있는 아름다운 하단폭과 상단폭이 이 골짝의 상징이며 큰귀때기골의 쉰길폭와 삼중폭포는 험준한 지세만큼 빼어난 경관과 비경이 압권이다.
설악산 특유의 웅장한 계곡미와 거대한 협곡은 천하 절경을 이루고 곱디 곱게 물든 설악단풍이 산행 길의 황홀함을 더한다. 비경의 계곡 미에 설악단풍을 겨냥한 절호의 산행코스로 의미를 갖는다.
신비의 상투바위골을 거쳐 올라 귀때기청봉에 오르고 큰귀때기골의 상징 쉰길폭포와 삼중폭포를 즐기고 백담사로 하산한다.
몇 일 전부터 설악산을 산행 하고 싶은데 어느 코스를 오를까 고심에 고심을 한다. 상투바위골과 큰귀때기골을 가는냐 아니면 대청으로 해서 공룡능선과 오세암 코스를 가는냐? 체력! 위험구간! 비경! 산행시간! 모험! 등 등을 감안해 공룡능선을 가기로 하고 신청 했으나, 함께 하자는 마루금 이 한성 대장의 전화 한통화에 상투바위골과 큰귀때기골로 위험을 무릎쓰고 부닥치고 보자는 마음으로 이 곳을 산행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10월 2일(화) 오후 11시에 산행준비를 마치고 무박 산행을 위해 집을 나선다. 11시 30분. 법원 앞 주차장에서 마루금 산악회 버스에 탑승 출발. 12시. 성서홈플에서 다시 회원분들을 태우고 만차로 중앙고속도로를 달린다. 회원분 대부분 아는분들이고 노련한 산꾼들이다. 버스는 소등을 한다. 나도 눈을 감는다. 지금부터 잠을 조금이라도 청해야 새벽부터 산행을 할터.......
원주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뒤 바로 한계령으로 다시 출발한다. 03시 40분. 장수대 바로 아래 넓은 도로에서 야밤에 아침식사로 따뜻한 국밥을 한그릇씩 한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래면 바로 산행할 수 있도록 산행준비를 다시 한번 점검한다. 04시 30분. 장수대와 한계령 중간 자양 2교 앞에서 하차 하자마자 바로 상투바위골로 치고 오른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계곡의 물은 시원스럽게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한번도 쉬지도 않고 빠르게 계곡을 타고 오른다. 어둠 속에서 간간히 상투바위골의 비경을 즐긴다. 1폭에서 간단한 휴식을 취한다. 하단폭포를 앞에 도착해도 여전히 어두운 새벽이다. 어둠 속에 보이는 상단폭포는 역시 비경이다. 장쾌하고 장엄하다.
하단폭포로 바로 오를수 없어 폭포 우측 옆을 우회해서 오른다. 폭포 옆 미끄러운 암반길도 그렇지만 그 위 수직 직벽을 100 여m를 오른다. 선두에서 자일을 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된다. 밝은 낮이면 좀 낮겠지만 어두운 밤에 여길 오른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구간이다. 그래도 오를수 밖에 없다. 하여튼 오른다. 지능선에 올랐다 다시 폭포 위로 한참을 내려서야 한다. 이 것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역시 가파르다. 또 아래 선두에서 자일을 건다. 힘이 쭉 빠진다.
폭포 위 계곡에 내려서니 여명이 밝아온다. 햇살이 비치는 하단폭포 위 계곡 역시 비경이다. 한참을 쉬면서 하단폭포 바로 위까지 슬금슬금 내려가 본다. 다시 오른다. 또다시 위험구간 상단폭포 위를 올라야 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계곡 위 옆으로 차례차례 올라 자일대신 넝쿨로 엮어 놓은 나무가지를 잡고 암반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상투봉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밝게 빛난다. 인증샷을 한 컷 하고는 다시 계곡을 오른다. 한참을 오르니 곱디 고운 단풍이 여기저기서 우리를 반긴다. 너무 곱고 이쁘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지도상에 상투봉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역시 밝게 빛난다. 계곡과 잘 어울리는 경관이고 비경이다.
이 후로는 끊임없는 계곡과 돌과의 싸움이다. 귀때기청봉 바로 아래까지 태풍으로 무너진 계곡의 흘러내리는 돌과 싸우면서 오른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운무가 우리를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가리봉능선과 점봉산 뒤로 펼펴지는 운무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역시 설악의 가을 새벽은 하늘의 쏟아지는 별과 물기를 머금은 곱디 고운 단풍과 때묻지 않는 맑디 맑은 계곡과 끝없이 펼쳐지는 황홀한 운무의 신비가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08시. 귀때기청봉에 오른다. 그 곳에서 다시 한참을 쉰다. 간식을 먹고 물을 마신다. 그리고는 설악의 아름다운 모든 경관과 비경을 앞뒤좌우로 조망한다.
08시 30분. 다시 우리가 가야할 큰귀때기골로 향한다. 12-18. 출입금지구역을 넘어선다. 잡목과 물기를 머금은 이끼가 낀 돌들이 진행을 더디게 한다. 그래도 우리는 쉬지 않고 목적지로 향한다. 멀리 동쪽으로 화채능선과 공룡능선 용아능선을 바라보기도 하고 서쪽으로 서북 주능선도 가끔 바라보면서 걷는다.
쉰길폭포까지 방향을 잡기도 쉽지도 않다. 그래도 마루금 산꾼들은 정확하게 위치를 확인하면서 내려선다. 아주 급경사를 30여분 내려선다. 크고 작은 돌들이 끊임 없이 굴러내린다. 위험하긴 위험한 구간이다. 거대한 물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쉰길폭포가 좌측에 보인다. 천천히 내려선다.
10시 15분. 긴 장시간의 산행이었지만 쉰길폭포를 향하는 열정과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눈앞에 펼쳐진 쉰길폭포의 장엄하고 웅장하고 황홀한 광경 앞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신선들만이 노닐 것 같은 곳을 내려섰으니 말이다.
쉰길폭포 아래서 한참 동안 이 거대한 폭포를 바라본다. 인증샷도 한 컷하고는 식사를 한다. 쉰길폭포를 등에 두고 크고 깊은 계곡의 암반들을 마주하고 먹는 이른 점심 식사! 정말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어느 누구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맛있는 만찬이다. 식사 후 쉰길폭포 상단까지 올라가본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머리과 가슴에 남겨두고 싶어서다.
11시. 우리는 다시 큰귀때기골을 내려선다. 중간중간에 위험구간을 지나고 삼중폭포 위에 도착한다. 깊은 계곡을 내려서야 한다. 선두가 다시 자일을 건다. 한사람 한사람 조심스럽게 아래로 자일을 타고 내려선다. 일부는 계곡 반대편 거의 수직 직벽을 타고 내려서기도 한다.
설악의 능선과 계곡들은 지도에서 내려다보며 줄을 긋는다고 다 갈수는 없다. 설악산은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구간이 도처에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길이 이어지다가도 어느새 사라지고 까마득한 벼랑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너무도 아름다운 설악이지만 거기엔 날카로운 침봉들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계곡들로 이루어져 인간들의 발길을 거부한다. 그러나 그런 험한 구간을 극복해 내었을 때의 성취감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이제 위험구간은 없다. 계곡을 내려서기만 하면 된다. 다시 계곡과의 싸움! 계곡물이 참 시원하게 흘러내리고 물빛이 고운 옥빛인데 햇볕에 아른거린다. 뛰어 들고 싶은 마음이다. 합수부를 향해 지친 발걸음을 떼며 자꾸만 뒤 돌아 본다. 지금 이렇게 힘들고 지쳤지만 내일이면 설악이 또 그리워지리라........ 얼마나 내려왔는지 합수부가 보인다. 14시다.
여기서 우리는 계곡 탕속에 차디찬 물 속에 뛰어든다. 알탕이다. 하루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낸다. 그리고 합수부를 지나 백담사로 내려선다. 백담사 주차장에서 30분 정도 기다려 버스를 타고 용대리에 도착한다.
15시 45분. 모두가 도착한다. 우리는 두부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한잔하는 것으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16시 45분에 버스는 대구를 향해 출발한다.
오늘도 산행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오늘 산행한 상투바위골-큰귀때기골 지도.>
'나의 산행기 1. > 설악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대청봉 일출!과 봉정암-오세암 가을 단풍! (0) | 2013.10.13 |
---|---|
설악산의 VIP코스!-화채능선 첫눈꽃과 함께 풀코스 종주! (0) | 2012.11.05 |
설악산 비경탐방!-설악산의 자궁 속 곡백운곡! (0) | 2011.10.02 |
설악의 심장부 천화대!-종일 내린 비로 하늘이 열리지 않았다. (0) | 2011.07.25 |
겨울 설악 대청봉을 오르자!-설경과 극한 즐기기. (0) | 2011.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