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2./산! 산! 산행기!

박달재에서 시작한 주론산-구학산 산행기!

산에나갈련다 2008. 6. 13. 13:57
 

1. 산행일시 : 2005년 2월 20일 06:00 법원 앞 출발


2. 산행코스 : 박달재휴게소-950봉 전망대-726봉-파랑재(베론성지 갈림길)-805봉-주론산(903m)-884봉-주능선-갈림길-구학산(971m)-015봉-815봉-720봉고개-큰골마을-구학리(산행시간 5시간 30분)


3. 산행개요 : 九鶴山은 옛날 이산에서 살던 아홉 마리 학이 사방으로 아홉 군데 각각 한 마리씩 날아가 지명이 생겼다고 전해지는 산으로, 정상은 우리가 산행한 남쪽과 정상에서 시원하게 바라보던 서쪽 방면이 급경사 바위지대로 되어있고, 하단부는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구학산 정상은 우뚝 솟아있어 멀리 북쪽으로 치악산과 동쪽으로 감악산이 그리고 서쪽으로는 작은 백운산 보이며 사방이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4. 산행기

셋째 일요일은 고등학교 동기들이 부부동반으로 한 달에 한 번 산행하는 날이다. 그래서 이때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100회가 넘도록 산행을 부부가 같이 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은 팔공산에서 시산제를 지낸다기에 집사람 혼자보내기로 하고, 나는 산유화산악회에서 가는 주론산-구학산 눈 산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20년이 넘게 거의 매주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전국명산, 인기명산, 그리고 지역산행지를 수없이 산행했지만, 아직 구학산은 산행해보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2월이 가기 전에 사람이 많지 않는 순백한 은백의 설경을 즐기면서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을 마음껏 걷고 또 걸어보고 싶었고, 나름대로 멋이 있는 2월의 설경 때문이었다.


05시 45분쯤 법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잠시 추위에 떨면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바람님이 오고 흑장미가 오고 여기서 승차하는 회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잠시 후 버스가 왔다. 추위를 피해 얼른 승차하고 보니 회원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06시. 버스는 북대구 IC로 출발했다. 중간에 새날님을 태우고, 북대구 IC에서 다시 몇 명의 회원을 태우고, 칠곡 IC 위에서 회장님과 두 명의 회원을 태우고는 중앙고속도로를 달렸다.

김밥 한 줄과 요구르트 두개로 아침요기를 하고, 회장님의 인사말과 회원들의 인사를 하고, 휴게소에서 두 번의 휴식을 하고는 박달재 휴게소에 09시 20분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는 ‘울고 넘는 박달재‘만 계속 반복해서 틀고 있었다. 주위 도로와 산에는 많이 눈이 보였다. 우리 회원들은 산행준비를 하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후, 이색적인 장승들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한 컷하고는 산행을 시작했다. 09시 35분.


우리는 시작부터 조금은 가파른 전망대인 950봉으로 30여분을 올랐다. 눈이 제법 많아 밟고 지나는 산행길이 그런대로 기분은 좋았다. 선두에서 가다 오르막이 조금씩 미끄러워 아이젠을 하고 스패츠를 했다. 전망대에 오르니 동서 양쪽으로 멀리 눈 덮인 산들이 보기도 좋았고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산은 그 모습이 아름답고 고스락과 산등선이가 이루는 선이 아름다우며 계절마다 변하는 빛깔이 아름답다. 지금 하얀 눈과 잘 어울리는 산! 가까이 그리고 멀리 보이는 봉우리와 등선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다시 걷기를 20여분. 920봉을 지나고 경은사 가는 길과 베론 성지로 가는 길 그리고 주론산으로 가는 길이 있는 갈림길위 정자를 지나고, 다시 10여분을 걸으니 햇볕이 잘 드는 묘 2기가 하얀 눈 속에 잠들고 있었다. 너무나 평화롭고 깨끗한 설경으로 느껴졌다. 잠시 휴식을 하면서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15분 정도 가파른 눈길과 805봉을 지나니 주론산 정상이었다. 11시 40분경이었다.

903m의 정상 표지석이 검은 화강암으로 잘 다듬어져 있었다. 선두에 온 회원들과 사진을 한 장 기념으로 남기고는 후미가 오자 우리는 다시 주능선으로 구학산을 향해 다시 걸었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도 밟지 않는 깨끗한 눈이 무릎까지 푹푹 빠졌다. 눈가루 그자체로 얼어있기도 했지만 바람이 불어도 눈은 휘날리지 않았다. 그래도 눈이 많아 힘들게 길을 만들면서 걸었다. 바람도 매섭게 차가웠다. 스틱을 잡은 손끝이 시렸다. 얼굴에 가끔 찬 눈바람이 따갑도록 때리기도 했다. 이렇게 걷기를 20여분. 875봉을 지나고 884봉 갈림길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지 않는 능선아래 평지를 찾아 식사할 자리를 마련했다.


회원들은 후미가 올 때까지 식사준비를 했다. 나는 식사를 가져오지 않았기에 수저만 들고 있었다. 후미가 오고 식사를 하자 나는 다른 사람이 끊인 찌게와 라면을 그릇에 들어 먹으면서 추위를 들고 배고픔을 달랬다. 그리고는 내가 가져온 따뜻한 한차를 한 잔하고 다른 회원 분들에게 나눠주고.........


회원 분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제가 맛있는 것 많이 사들고 갈께요~~^^*


13시경에 나는 몇 명의 회원과 먼저 구학산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걷는데도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산행을 시작한 사람들이 마주치기 시작했다. 반가웠다. 그러나 좁은 눈길에서 비켜서야 할 땐 눈 속에 발이 깊이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835고지와 825고지를 지났다.


14시경. 우리는 구학산 정상 남쪽 아래 울창한 수림지대에 다 달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15분여. 드디어 구학산 정상에 올랐다. 902.7m 정상 표지석을 만져보고, 물속에서 머리만 내민듯한 수해지대 위로 돌출되어 있는 전망 좋은 바위 위로 올랐다.

북쪽으로 치악산이 동쪽으로 감악산이 서쪽으로는 작은 백운산이 멀리서 보였다. 한참을 바라보다 사진을 몇 컷하고는 915봉과 815봉 그리고 745봉을 지나고 구학리로 내려서는 720m 고개를 향해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걷기를 30여분. 우리는 네거리 갈림길에서 숨을 고른 뒤 큰골마을로 내려섰다. 내려오기를 다시 30여분. 큰골마을을 지나고 구학리 열녀 ‘정선 전씨지비’라는 비각을 돌아 버스가 기다리는 구학초교 앞에 도착했다. 이때가 15시 10분경이었다.

후미가 도착하고 16시경에야 버스는 대구를 향해 출발했다. 눈 덮인 구학산을 뒤로하고......


버스가 출발하자 운영진에서는 시원한 맥주를 나눠주었다. 고마웠다. 차가운 눈바람 속에서도 갈증으로 얼마나 마시고 싶었는데.........두 캔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우리가 걸었던 구학산을 올려다보며 그 멋진 설경의 구학산 모습과 산행하면서 걸었던 눈길을 되씹으면서 떠남을 아쉬워했다.

맥주 맛이 구학산 산행만큼이나 상큼했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직도 해는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적은 인원이어서 그런지 회원들이 노래를 하고 놀아도 지난번 백덕산에서 돌아올 때보다는 훨씬 질서도 있었고 즐겁고 편안한 마음이었다.


하여튼 이번 주론산-구학산 산행과 자연산악회의 품격을 높여주는 산행지와 코스. 그리고 회원들을 위해 수고하신 자연인 회장님! 언제나 말없이 사진을 남기기도 하지만 오늘같이 산행대장 역할을 하신 새날님! 또한 회원들 먹 거리를 챙겨주시느라 수고하시는 허브향님! 그리고 여러 운영진님! 수고하셨습니다. 또한, 안전산행을 해주신 모든 회원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다음 탄항산-부봉 산행 때 또 뵙기를 바라면서 산행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