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부는 광풍과 눈!눈! 소백산 산행기!
1. 산행일시 : 2004년 01월 25일 06시 30분 출발
2. 산행코스 : 삼가리-비로사-달밭골-비로봉-갈림길-1,395봉- 1,382봉-제1연화봉-연화봉- 희방사-
희방사 입구(산 행시간 : 6시간)
3. 산행개요 : 소백산(비로봉 1,439.5m)은 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남서쪽으로 뻗은 산맥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모산으로, 중부권에서 가장 뛰어난 명산이다. 주능선에는 상월봉,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 등 평균 1,400m가 넘는 대능선이 웅장하면서도 부드럽게 뻗어 영주시를 감싸고 있으며 강한 서북풍으로 날등에는 광야를 연상케하는 초원지대가 많고, 주목단지와 철쭉군락지로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설경 또한 뛰어난 산이다.
소백산의 가장 보편적인 산행코스는 희방사-비로봉-천동굴, 또는 희방사-비로봉-비로사 코스이며, 종주산행은 죽령-제2연화봉-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국망봉-신선봉-구인사 코스이다.
볼만한 곳으로는 주능선 동서편에 천동계곡과 초암골 등 수많은 계곡과 폭포, 담 등의 비경지대와 부석사, 초암사, 비로사, 희방사, 구인사와 천동굴 등 명소가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종주를 비롯해 12번째 산행이었다.
4. 산행기
5일 동안의 설연휴 마지막날이자 자연산악회의 2004년도 첫 산행지로써 눈과 바람을 마음껏 즐길수 있는 겨울산행의 백미인 소백산을 산행한다기에 겨울산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꺼이 참석을 하였다.
하루전 팔공산을 6시간 이상 산행하고 새벽 1시가 넘도록 술을 마신터라 잠도 자는둥 마는둥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고 신세계웨딩 앞으로 차를 몰았다. 6시 15분이었다. 타고갈 버스도 없었고 기다리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니 외솔향기님이 오고 버스가 오고 청화산익수님이 오셨다. 6시 40분까지 기다리다 성서 이마트 앞으로 출발. 중간중간에 몇분씩 타고 이마트 앞에서 모두가 승차. 생각보다 인원이 적었다. 차가운 날씨탓인지.....
소백산 삼가리 주차장에서 미래님의 구령에 맞춰 몸을 풀고 힘차게 산행을 위해 출발. 이때 시간이 09시 40분경. 1.8km되는 비로사까지 단숨에 올라가서 후미가 오기를 기다리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쌓인 눈이 많아지고 걷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30여분을 오르다 아이젠을 하고 후미와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설경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한참이나 하고. 가끔씩 불어오는 칼바람과 바닥에 쌓인 눈과 나뭇가지에 얹힌 눈이 휘날리니다 보니 완전무장을 해야했고, 서서 기다린다는 것이 힘들어졌다.
올라갈수록 눈은 계속 많아졌다. 선두에서 걷기만을 다시 1시간여. 나는 양반바위 앞에서 산행대장과 후미가 오기를 30여분이나 기다리고. 산행대장이 오자 식사문제를 잠시 의논했다. 식사할 자리는 여기가 아니면 연화봉 바로 아래 희방사 내려가는 길 밖에 없기에. 11시 05분이었다. 점심식사하기엔 너무나 이른시간이고 비로봉에서 연화봉까지는 겨울산행에서는 식사할 마땅한 장소가 없고. 산행대장은 연화봉 아래에서 식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좀 늦은 시간이지만 나도 그 결정이 맞다고 판단하고, 후미가 다 모이자 다시 비로봉을 향해 선두에서 출발했다.
20여분 정도 정상을 향해 산비탈을 천천히 걸었다. 하얀 눈으로 덮힌 비로봉이 바로 앞에서 보이는데 바람이 거세지고 눈바람이 휘몰아치고 하늘은 눈바람과 광풍으로 온통 회색이었다.
드디어 정상!!
북서쪽에서 불어오는육중한 소백산의 광풍은 1분도 정상에 서 있기를 용납하지 않았다. 오른쪽의 제 1, 2 연화봉과 연화봉도 보이지 않고, 왼쪽의 국망봉도 휘몰아 치는 눈바람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온통 눈천지에 봉우리들이 앞뒤를 다투며 사방으로 뻗어내린 모습만 장관이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조금 아래로 내려와 후미가 오기를 기다렸다. 스패츠를 하고, 눈보라와 광풍을 20여분 동안 바라봤다. 이런 겨울산행의 추위는 1990년 1월 덕유산 정상에서 겪은 이후 처음이었다. ㅎㅎㅎ
후미가 올라오자 나는 연화봉까지 간다며 맞바람과 부딪치며 걸었다. 몇 발자욱을 걸으니 생각보다 더 매서운 바람이 속살까지 파고들었다. 손끝이 시려오고 얼굴은 면도칼로 베이는 것 같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이슬님은 너무 손이 시려워 울기 직전이었고 찬바람에 어쩔줄 몰라 주목단지 관리사무소로 무작정 뛰었고...
관리사무소 안에서 이슬님의 손을 내 옷속에 넣어 녹여주고 따뜻한 한차를 따라주고 나도 담배를 한개비 피웠다. 얼마 지나자 우리 회원들이 한분 한분 들어오는데 모두가 본 정신이 아닐 정도로 추우에 떨고 있었다. 이제 겨울산행의 준비물은 철저히 하시겠죠?
몸을 조금 녹인 후 관리사무소를 나와 살아서 천년, 죽어서 또 천년을 산다는 눈덮힌 주목을 잠시 바라보고 나는 다시 연화봉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소백산의 눈! 눈!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전개되는 겨울산행 대설원의 장쾌함이 돋보였다.
비로봉 정상에서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보다 조금은 낫지만 그래도 연화봉까지 약 1시간 40분 정도 걷는 동안 매서운 눈바람과 추위는 계속 되었다. 1,395고지와 1,382고지, 제1연화봉 그리고 연화봉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떨면서 하염없이 눈과 바람과 싸우면서 걸었다. 등산로는 눈바람에 덮히고. 그래도 설경 하나만은 다시 못볼 광경이었다.
연화봉 아래 점심식사할 장소에 도착하니 시간이 1시 50분이었다. 산행대장과 후미가 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2시 20분 가까이 되니 후미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추위와 배고픔에 치친 표정이 역력했다. 오는 분 순서대로 김밥을 입에 하나씩 넣어줬다. ㅎㅎㅎㅎ 모두가 도착하자 라면을 끊이고 식사를 준비해서 추위에 떨면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소주도 한잔씩 곁들이고......
식사 후 나는 먼저 희방사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안부에서 부터는 가파른 내리막이었다.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몇차례의 내리막을 내려와 희방사에 도착했다. 겨울산사는 적막하기만 했다. 경내 양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얼어붙어 있었고, 그 아래 3면의 기암절벽에 둘러쌓인 사람 키의 열배는 되는 희방폭포는 얼어붙어 그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
소백산 겨울산행은 이것으로 마무리 했다. 내일부터는 다시 일터에서 열심히 일을 하자는 다짐으로.
소백산 겨울산행을 준비하신 회장님과 산행대장인 돌도사님 이하 운영진의 준비에 감사드리고, 아무 사고없이 산행해주신 모든 회원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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