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2./산! 요약 산행기!

혹한기 가팔환초! -미끄러져 중도포기 하다 ㅠㅠ

산에나갈련다 2009. 1. 25. 10:32

2008-2009년 겨울 혹한기 가팔환초! 미끄러져 허리다쳐 쪽팔리게 중도포기 하다.

산행일시 : 2009년 1월 23일 21시 30분

산행코스 : 칠곡군 학명리-가산바위-치키봉-한티제-서봉-동봉-갓바위-능성고개-환성산-초례봉-신서동

도상거리 : 42km 중

날      씨 : 맑음. 엄청 추운 날씨 

 

<출발하기 전 단체 기념사진......제일 오른쪽이 나> 

 

2009년 2월 14일 01시 30분에 출발할 J3클럽 2월 정기산행 팔공산 환종주 50km 리허설을 위해 설연휴를 앞두고 2008년-2009년 겨울 중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에 맞춰 가팔환초 산행에 나섰다.

 

한 번도 건강보험증을 활용해본적이 없는 내가 설 명절을 앞두고 감기몸살과 함께 지속적인 컴사용과 스트레스로 인해 왼쪽 목덜미가 아파 금요일 퇴근 후 한의원으로 바로 가서 가팔환초 종주산행을 하기 위해 침과 뜸 그리고 물리치료를 바쁘게 하고는 산행을 위해 나섰다.

 

20시 30분. 법원 앞에서 12명의 전사들이 모여 지원조팀의 도움으로 칠곡군 학명리로 출발. 21시 10분경 도착해서 산행준비를 하고 21시 30분에 산행 출발. 처음부터 가파른 된비알을 오른다. 엄청난 차가운 날씨탓으로 안경에 서리가 끼여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천천히 닦아 가면서 오른다. 중간에 옷을 하나 벗는다. 좀 서늘해도 걷기가 편하다. 1시간여를 지속적으로 오른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헤드란탄 불빛만이 우리의 앞길을 비춰준다. 능선에 오르자 눈들이 얼어 미끄럽다. 드디어 가산바위에 오른다. 대구광역시 야간전경을 한 참 바라본다. 참 아름답다. 하늘에 별들이 반짝인다.

남들이 보면 산에 미친놈들이다. 이 혹한 겨울에 그것도 야간산행. 아니 초장거리 산행을 하겠다고 무박으로 20여 시간을 달려야 하니 말이다.

 

다시 중문 방향으로 걷는다. 눈이 제법 많아진다. 그리고 미끄럽다. 조심조심 걷는데도 위험하다. 중문으로 오르기 전 란탄 건전지 밧데리가 방전된다. 갈아끼운다. 손이 어는 것 같다. 빨리 갈아끼우고는 다시 출발한다. 그런데 중문을 지나 용바위 방향으로 가다가 낙엽을 밟았는데 그만 미끄러지고 만다. 꽈당탕!! 낙엽 밑에는 완전 얼음이다. 허리가 이상하다. 자꾸만 걸리고 아프다.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만지면서 걷는다. 치키봉까지도 내리막길은 많이 얼어 있다. 눈도 가끔씩은 많고......

 

치키봉에서 한티재 가는 길은 바위도 많고 미끄럽다. 한 번 넘어진 탓에 천천히 조심조심 걷는다. 날이 너무 추워서 쉬지도 않고 걷는다. 모자가 머리 열때문에 그대로 언다. 눈썹도 얼고 코끝도 언다. 옷도 하얗게 언다. 영화 '투모우로'가 생각난다. 허리가 지속적으로 아프다. 만지고 주물러 주면서 걷는다.

 

01시 30분경. 드디어 한티재에 도착한다. 회원 한 분(아리랑님)이 난로를 피워 놓고 숭늉을 끊이이 있다. 너무 고맙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그것도 혼자. 언제 올지도 모를 회원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게 너무 고맙다. 나는 화장실로 바로 들어 간다. 모두들 그곳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동파 방지용 스팀기 앞에서 장갑과 모자를 말리면서 떡과 빵 등 간신을 먹고 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슝늉을 먹고 있다.

 

산이 뭐길래 이 한겨울에 그것도 혹한기에. 올겨울에 가장 춥다는 오늘. 초장거리 산행을 한다고 화장실에서 음식을 먹으면서까지.....

아무래도 허리가 너무 아프다. 일행들과 함께 가야하는데 도저히 더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만일 한티재에서 팔공산으로 올라서면 최소 8시간은 달려야 한다. 능성고개까지는 가야한다. 그런데 더 이상은 가면 안될 것 같다. 오늘 하루만 산행하고 그만 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죽을때까지 산행해야 하는데......

그래 오늘은 아쉽지만 여기서 그만두자. 쪽~팔리더라도 중도포기다. 혹시 진행하다가 다른 일행들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되기에 그렇게 다짐하고 일행들에게 중도포기하겠다고 말하고는 내려갈 준비를 한다. 20년을 넘게 산행하면서도 이런 중도 포기는 한 번도 없었는데.....정말 아쉽다.

 

새벽 2시! 모두들 종주하기 위해 팔공산으로 오르는 모습을 뒤로 하고는 지원나온 아리랑님과 짐을 정리하고는 한티재를 내려온다.

 

아침 일찍 한의원에 갔더니 바위에 허리가 심하게 찍혔기에 장기 치료를 요한단다. 드디어 나도 늙은 산꾼이 되어가나 보다. 몸이 경직되어 간다는 조짐이다. 체질이 바뀐다는 조짐이다.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ㅎㅎ 하지만 빨리 치료해서 몸을 만들어 2월 14일 50km 환종주는 무사히 산행해야겠다.

호야님을 비롯해 아침햇살님 그리고 함께한 모든 회원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특히 이 겨울 혹한기에 가팔환초 종주를 완주한 분께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