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1./지리산

교통사고 후 1년 만에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다.

산에나갈련다 2010. 6. 20. 23:12

 

난 지리산이 좋아-지리산! 천왕봉-중봉- 대원사로.

 

산행일시 : 2010년 6월 20일.

산행코스 : 중산리 주차장-법계사-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산장-무재치기 폭포-갈림길-새재

산행시간 : 8시간

날      씨 : 흐림/맑음

누 구  와 : 혼 자

 

 

<변화무쌍한 날씨 속 천왕봉 정상석에서>

 

작년 6월 30일 교통사고로 7월 1일 발을 수술하고 철심을 9개나 꼿고 지내면서 몇 달을 쉬고, 그 뒤 9개월 동안  매주 발 회복운동을 위해 4~6시간 정도로 산행을 했었는데........ 끝임없이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뿐 몸은 갈 수가 없었다.

 

2009년 1월 4일. 신년산행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 수술 후 지리산에 오르고 싶어 11월 1일 늦가을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해서 피아골로 산행한 적은 있지만 천왕봉은 오르지 못했었는데, 수술 후 1년 만에 드디어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다.

 

 <천왕봉에 있는 안내 표시판>

 

 

 <천왕봉 정상 안내판>

 

 

 <천왕봉 아래에서 바라본 지리산 전경>

 

아침 05시 45분. 집을 나서 06시 10분 백두대간을 하는 팀에 묻혀 지리산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버스는 6시 30분이나 되어서야 온다. 아침부터 지친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성서홈플을 거쳐 지리산으로 향한다.

 

09시.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 베낭을 한 번 점검하고는 몸을 좀 풀고 바로 오른다. 대간을 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봐 쉬지 않고 입구까지 오른다. 잠시 기다리다 9시 40분. 순두류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오른다.  백두대간 팀 전체가 시간절약을 위해 순두류로 가는 버스를 타기에 어쩔수 없이 나도 기다리다 타고 오른다. 후지덥근한게 바람도 없이 더운 날씨다.

 

9시 55분. 순두류에서 법계사까지 쉬지 않고 걷는다. 숨이 턱턱 막힌다. 비안개가 자욱하게 깔린다. 바위에 습기가 가득하고 매끄러워 미끄럽기 그지없다. 조금만 주의하지 않으면 그냥 미끄러져 넘어질 것 같다. 조심조심 빠르게 걷는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해도 체력이 엄청 약해진 것 같다. 그동안 체력강화를 하지 않고 수술한 발을 핑계로 즐기면서 테마산행만 한 탓인가 보다. 교통사고로 다치기 전만 해도 지리산 어느 코스든 마음대로 별로 지치지 않고 산행하고는 했었는데......

 

10시 35분. 법계사에 도착한다. 대간팀 여자분이 가져온 수박을 몇 조각 먹는다. 시원한 얼음물도 몇 모금 마신다. 습도가 높은 탓인지 땀이 많이 난다. 산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칼바위를 거쳐 올라온다.

 

잠시 쉬고는 바로 천왕봉을 향한다. 체력을 조절하면서 쉬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꾸준히 오른다. 개선문을 거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한줄기 바람이 온 몸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그 바람을 마셔본다. 다시 오르면서 천왕봉 샘을 지나고 가파른 계단을 천천히 꾸준하게 오른다. 시원한 바람이 이제는 지속적으로 불어준다. 한줄기 생명의 바람이다. 천왕봉을 중심으로 비안개가 몰려왔다 사라지곤 한다. 잠시 햇뱇이 나오는가 싶더니 바로 어두워진다. 지리산의 날씨는 늘 변화무쌍하다. 이게 지리산 아닌가?

 

12시 05분.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인증 사진을 한장 찍는다. 그리고는 시원한 바람을 두 손 벌리고는 마셔본다. 얼마나 오르고 싶던 천왕봉이었나? 촛대봉과 반야봉은 비구름으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천왕봉 정상에 한참을 서 있는다.

 

다시 심호흡 한 번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아래로 내려가본다. 그리고 다시 정상석을 거쳐 바로 중봉을 향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해서 내려간다. 체력이 바닥이 나는 것 같다. 저질체력! 하지만 중봉까지는 가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힘을 내서 오른다. 12시 30분. 중봉이다. 바로 지나온 천왕봉도 비안개로 뒤덮혀 안보인다.

 

2007년 8월 19일. 윗새재를 출발해서 조갯골을 거쳐 중봉과 하봉 안부에 올라 일출을 보고 중봉을 거쳐 천왕봉에서 아침을 먹고 칠선계곡을 치고 내려갔던 15시간의 산행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중봉 안내판에서>

 

 

<식사하면서 바라본 천왕봉!-아무것도 보이지 않음>

 

<비안개로 뒤덮힌 마야계곡 전경>

 

중봉 옆 바위에 앉아 대간팀 회원분과 함께 식사를 한다. 비안개가 조화를 부리는 황금능선과 마야계곡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식사를 한다. 피로를 푼다. 식사 후 가져온 수박을 먹고 체력도 보강한다.

 

 <써리봉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써리봉 전경>

 

 

 <써리봉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중봉 전경>

 

 

<써리봉 안내판 전경>
 

아픈 발때문에 늦을까봐 신경이 자꾸 쓰인다. 그래서 혼자 바로 출발한다. 지리산 숲이 참 푸르디 푸르다. 철쭉도 가끔 보인다. 햇빛도 없는 짙은 녹음 속을 걷는다. 혼자 걸으면서 지리산을 마음껏 즐긴다. 오르락 내리락. 써리봉까지 쉬지 않고 걷는다. 그 곳에서 지리산 바람을 다시 한 번 마음껏 마신다.

 

 <치밭목 산장에서>

 

<치밭목 산장 앞 안내판>

 

<무재치기 폭포 앞에서-물이 별로 없음>

 

14시 35분. 치밭목 산장에 도착한다. 잠시 휴식한다. 새재까지 4.8km가 남았다. 100m 옆에 있는 약수에 물을 채우기 위해 갈까 하다 그냥 남은 물을 아껴 마시면서 다시 새재로 출발한다. 물이 흐르는 돌길! 1999년도에 친구와 대원사에서 성삼재까지 종주했던 기억도 되새겨 본다. 반짝이면서 쏟아지는 새벽 별을 바라보며  새벽 5시에 출발하면서 걷던 그 길이다. 바람 한 점없는 대원사 돌길을 내려간다. 안경에 습기가 계속 끼인다. 앞이 희미하게 보인다. 닦아가면서 걷는다. 발등에 통증이 온다. 하지만 아직은 걸을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걷는다. 무재치기 폭포 전망대 앞 계곡에서 세수를 한번하고 발도 씻으면서 잠시 다시 휴식을 한다. 물이 차다. 시원하다.

 

 <새재와 대원사 갈림길 안내판>

 

무재치기 폭포로 내려간다. 어차피 들어선 길 무재치기 폭포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수량이 적어 무재치기 폭포의 위용을 볼 수가 없다.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올라와서 새재 갈림길로 쉬지 않고 걷는다. 남은 거리 3km. 지능선을 넘는다. 발도 자꾸만 아린다. 하지만 이젠 지리산 어떤 초장거리 코스도 걸을 수 있고, 감마로드 회원분들과 초장거리 산행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도 발은 조심은 해야할 터이지만.....

 

이제부터는 좀 걷기가 편한 길이다. 아무 생각 없이 혼자서 꾸준히 걷는다. 바람도 없는 돌길을 조심스럽게 어렵게 걷는다. 그래도 남은 시간 만큼은 지리산을 아껴서 걷고 싶다, 천천히 하산 시간을 맞추어 가면서 느리게 걷는다. 주어진 시간을 지리산에서 최대한 머물고 싶어서다. 16시 50분. 새재 앞 계곡에 도착한다. 다시 한번 계곡에 발을 담근다. 정말 시원하다.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

 

지리산! 정말 좋다. 지리산을 산행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부터 얼마나 오고 싶었는지 모른다. 병문안 오는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무박 초장거리 산행만을 하는 J3 클럽 후배들과 감마로드 후배들은 진심으로 빨리 나아 다시 함께 산행하자고 위로 해 주었지만, 사실 다시 산행하기 어렵다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삶의 목표를 잃어 버렸듯이 다시는 지리산을 못 걸올줄 알았던 지리산을 오늘 나는 천왕봉과 중봉과 써리봉을 거쳐 장장 8시간이나 걸으면서 삶의 목표도 다시 찾았다. 그것도 8시간이 넘는 길을 빠르게 걸으면서.......

 

지리산 화대종주을 비롯해서 황금능선, 남부능선, 서부능선, 성불능선, 구곡능선, 두류능선, 촛대봉 능선, 백무능선, 오공능선, 삼신능선, 삼정능선, 팔백능선, 심마니능선, 치밭목능선, 상불능선, 상투능선, 영재능선, 차일능선, 간마봉능선, 바래봉능선, 불무장등 등과 화엄사계곡, 달궁계곡, 천은사계곡, 대소골, 얼음골, 피아골, 뱀사골계곡, 와운골계곡, 목동골계곡, 선유동계곡, 단천골, 거림골, 도장골, 중산리계곡, 마야계곡, 내원골, 창당골, 허공다리골, 국골, 백무동계곡, 한신계곡, 칠선계곡 등과 능선과 계곡을 연결연결해 수 십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탐방로 비탐방로 구분 없이 지리산 구석구석을 산행했지만.......

 

오늘 만큼 지리산을 걸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힘들고 발등이 아리고 통증을 느꼈어도 지리산 산행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 밖에 없다. 설악산 용아장성과 공룡, 화채, 서북, 가리봉, 달마능선과 수 많은 계곡을 누비고 다니고 하던 설악산을 비롯해서 백두산과 금강산 세존봉 등 전국 1,000여 산 이상의 산행을 다녔지만,

 

지리산!-난 지리산이 정말 좋다.

 

 

17시10부.! 윗 새재 조갯골산장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트럭 뒷칸에 타고 대원사 주차장까지 한참을 달린다. 시원한 지리산 바람이 내 마음속을 다시 한번 깨끗이 씻어주는 느낌이다. 행복한 하루!

17시 45분. 오늘 그렇게 걷고 싶었던 지리산 산행을 마감하고 대구로 출발한다.

 

오늘도 산행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