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1./지리산

지리산 간미봉 능선!-안개낀 원시림 마음껏 즐기다.

산에나갈련다 2010. 7. 4. 22:57

 

지리산 간미봉 능선!-안개낀  원시림 마음껏 즐기다.

 

 

산행일시 : 2010년 7월 4일.

산행코스 : 시암재-성삼봉-간미능선-간미봉(728.4m)-납재-지초봉-난동마을

산행시간 : 5시간

날      씨 : 흐  림

 

<간미봉 정상에서>

 

지리산! 지리산은 언제 어떤 코스를 산행해도 즐겁고 행복하다.

 

지리산!-난 지리산이 정말 좋다.

 

내가 산행을 시작한지 28년 째! 우리나라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과 전국 명산 유명산 등 산을 중심으로 조망과 암릉과 계곡과 숲 등. 산 그자체와 함께 산 그모습과 산 그 색을 즐겼고, 가보고 싶은 산과 코스들을 찾다보니 설악산은 용아장성, 화채능선, 서북능선, 가리봉 능선,  달마봉능선, 천불동계곡, 12선녀탕계곡, 백담계곡, 수렴동계곡, 주전계곡, 흘림골계곡 등을 수없이 산행했고, 지리산은 지리산 주능선 종주와 화대종주을 비롯해서 황금능선, 남부능선, 서부능선, 성불능선, 구곡능선, 두류능선, 촛대봉 능선, 백무능선, 오공능선, 삼신능선, 벽송능선, 삼정능선, 팔백능선, 심마니능선, 치밭목능선, 상불능선, 상투능선, 영재능선, 차일능선, 바래봉능선, 불무장등 등과 화엄사계곡, 달궁계곡, 천은사계곡, 대소골, 얼음골, 피아골, 뱀사골계곡, 와운골계곡, 목동골계곡, 선유동계곡, 단천골, 거림골, 도장골, 중산리계곡, 마야계곡, 내원골, 창당골, 허공다리골, 국골, 백무동계곡, 한신계곡, 조갯골 ,칠선계곡 등과 능선과 계곡을 연결연결해 수 십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탐방로 비탐방로 구분 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지리산 구석구석을 70여 회의 산행을 하였지만......  가고 싶은 지리산 코스는 끝이 없다. 그리고 지리산 그 끝을 알 수도 없다.

그리고 백두대간과 백두산과 눈으로 뒤덮힌 금강산 세존봉 산행 등 1,000 여산의 산행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초장거리산행도 해보았지만. 지리산! 지리산은 언제 어떤 코스를 산행해도 신비롭고 즐겁다.

 

오늘은 간미능선을 찾는다.

06시 15분. 어제부터 세차게 내리던 비가 오늘 새벽에는 빗줄기가 많이 가늘어 지고 그쳐가지만 그래도 옷을 젖을 만큼 내리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베낭을 메고 지리산 간미능선을 산행하기 위해 범어로터리 대구은행 앞에서 모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싣고 성서 홈플을 거쳐 88고속도로를 지나고 지리산 품 속으로 들어간다. 어제부터 아침까지 비가 내린 탓인지 뱀사골 입구 계곡에는 물이 힘차게 흐르고 지리산은 신록의 계절을 확인 시켜주듯이 푸르고 푸르다.

 

9시 50분 쯤. 버스가 성삼재에 도달하자 안개로 시계가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지리산 날씨지만 그래도 언제나 산행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성삼재인데 산행객도 산행버스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나를 태운 버스는 10시 경에 천천히 시암재에 도착한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하고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다 아무래도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아 들머리를 찾아 나선다. 왔다 갔다 하다 시암재 조금 아래 후사경 앞에서 그냥 앞이 보이지 않는 간미능선 성삼봉으로 오른다. 습도가 엄청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땀이 흐르지는 않는다. 지리산의 특유의 시원함이 있는 탓이겠지 하면서 가벼운 발놀림으로 오른다. 산행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인지 희미하고 비 때문인지 많이 젖어 있고 바위는 많이 미끄럽다. 천천히 나무가지들과 키보다 큰 산죽들을 헤치면서 조심해서 오른다. 바지는 나뭇잎에 묻어 있는 물기로 인해 밑에서 부터 젖어 오른다. 신발은 흙과 물기에 젖어 엉망이다. 

<성삼봉을 오르다 바라본 시암재 휴게소 전경-비안개로 잘 보이질 않는다.> 

 

성삼봉을 지나고 미끄러운 급경사로 내려선다. 오늘따라 짧은 소매 옷을 입고 걷는다. 길도 좁고 바위도 엄청 미끄러운 탓에 발을 잘못 디뎌 꽈당탕 죽~ 미끄러진다. 팔을 짚었는데 돌에 끌켜 온 팔에 상처가 난다. 따갑고 쓰리다. 그래도 걸을 수 밖에 없다. 더욱 조심한다.

 

조망 하나 보지 못하고 그냥 지리산 간미능선을 걸을 뿐이다. 그래도 즐겁다. 지리산 숲이 좋고 비안개도 낭만적이고 바람도 시원하고 걷는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갈림길에서 안내 역할을 해준 선등자의 시그널>

 

원시림의 간미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중간중간에 한 두번 쉬고는 간미봉까지 오른다. 중간중간의 갈림길 때문에 길을 찾는데 조금은 애매한 길도 있다. 그래도 선등자의 시그널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간미봉에 오른다.

 

12시 40분. 간미봉 정상에 올라 기념 인증을 확인하고는 바로 식사를 한다. 사람이 별로 다니지도 않는 지리산 한 능선 봉우리에서 먹는 밥 맛이 정말 맛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천천히 식사를 하고. 식사 후 힘들게 가져온 수박을 먹으면서  체력회복도 한다. 

 

<부드러운 간미능선 길 전경>

 

 

 

 

 

 

 

 

 

13시 15분. 지금부터는 지초봉을 향해 편안하게 걷는다. 구례군에서 산행길을 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난간과 계단 그리고 산객을 위한 산 길 등이 잘 만들어져 있다. 비 안개 속의 산이지만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산자락을 내려다 보면 이 비안개가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람도 조금 불어온다. 심호흡도 해보고, 길 가장자리에 있는 이쁜 야생화도 한번쯤 바라보는 여유도 가지면서 지리산을 마음껏 즐긴다. 안개도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깨끗하고 맑은 숲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탑동과 난동 갈림길 안내판>

 

14시. 납재를 지나고 임도에 도달한다. 탑동과 난동 갈림길에서 선행자가 달아 놓은 시그널을 따라 지초봉에 오른다. 그런데 길도 아닌, 길도 없는 가시덤불을 헤쳐나가야 하는 개척산행이다. 정말 힘들게 길을 만들면서 오른다. 오전에 다친 상처에 다시 가시에 찔려가면서 덤불을 헤쳐 한발한발 오른다. 땀이 비오듯 한다.

 

아니 선행자가 왜 이런 길로 올라 갔는지 이해가 안된다. 혼자 중얼거리며 오른다. 앞 사람도 안보이고 뒷 사람은 오지도 않고....... 그래도 나는 오른다.

 

얼마나 올랐을까? 활공장이 나온다. 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준다. 그 자리에 그냥 주저 앉는다. 아무 생각이 없다. 지초봉 정상의 비안개를 멍하니 한참을 바라본다. 바로 앞에 조금 전에 탑동과 난동 갈림길에서 올라 오는 임도가 보인다. 힘이 쭉 빠진다.

 

하지만 다시 베낭을 둘러 메고 능선을 따라 난동으로 내려선다. 이 길도 만만찮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다시 길이 없다. 능선에 돌길을 힘들게 걷는다. 능선 끝에 도달하자 길이 없다. 마을 아래 주차장에 덩그러니 한대만 서 있는 버스를 바라보며 산허리를 다시 개척하면서 쳐내려간다. 엄청난 급경사 길! 1년 전 교통사고로 수술한 발등이 다시 아리고 아프다. 힘든다. 그래도 걸을 수 밖에.

 

한참을 이렇게 힘들게 내려서니 임도가 나온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는 그 임도를 걷다 다시 지름길로 가기 위해 산자락으로 내려선다. 풀과 나무로 인해 발 밑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버스가 보이는 곳을 따라 없는 길을 만들며 바람을 따라 헤쳐나간다. 산자락에 서서 걸어가는 모습도 멋있게 보인다. 

 

오늘 지리산 산행이 즐겁다. 지리산이기에.......

 

15시 30분. 버스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샌들을 들고 다시 계곡을 찾는다.  땀에 젖은 온 몸을 씻는다. 지리산 계곡 물은 정말 시원하게 피로를 씻어준다. 한참을 물에 몸을 담그고 씻는다.

 

시원한 맥주 한잔과 쭈꾸미 무침 한 입으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하늘이 어두워진다.  버스가 출발하고 조금 있으니 한줄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오늘 산행 정말 시원하다.

 

오늘도 산행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간미능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