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2./산! 요약 산행기!

바람 불어 좋은 날!-지리산 대신 오청산!

산에나갈련다 2010. 7. 19. 00:13

 

바람 불어 좋은 날!-지리산 대신 오청산!

 

산행일시 : 2010년 7월 18일.

산행코스 : 녹재고개-옥녀봉-시루봉-비재-강승이재-오청산-징개미재-춘문 마을회관

산행시간 : 6시간

날      씨 : 흐림

 

<옥녀봉 정상석 앞에서>

 

어제까지 오늘은 지리산 대성골 산행 계획이었는데 지리산에 엄청 많이 내린 폭우로 인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입산금지을 발표함에 따라 대성골 산행은 다음으로 미루고 신암산악회에서 출발하는 충북 제천 오청산 산행으로 계획을 변경한다.

 

신암산악회 산행은 나에게 언제나 즐거움을 주는 산악회이다. 깊고 깊은 산! 우거진 숲 속!  인적이 거의 없는 산행코스! 개척산행!을 하는 산악회라 자주 찾는 산악회이다.

 

아침 6시 15분. 대구은행 범어지점 앞에서 신암산악회 버스를 타고 충북 제천 오청산 산행을 위해 충북과 강원의 경계선 제천 녹재고개로 향한다. 성서 홈플을 거쳐 중앙고속도로로 해서 국도와 지방도를 돌고 돌아 10시 경에 녹재고개에 도착한다. 간단히 산행준비를 하고는 바로 옥녀봉을 찾아 오른다.

 

<높이가 지워져 있는 옥녀봉 안내판>

 

 <옥녀봉 정상석>

 

언제나 그랬듯이 신암산악회는 오늘도 역시 들머리에서 처음부터 산행 길을 찾기 위해 모두가 바쁘게 움직인다. 복숭아 밭을 지나고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이는 길을 따라 30여분 가파르게 오른다. 아주 이쁘게 피어 있는 산수국 밭을 지나고 상큼하게 피어 있는 개나리 밭을 지나 바로 옥녀봉 안내판을 만난다. 조금 떨어진 위에 정상석도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주고, 따가운 햇볕이 나지 않고, 어제 비온 탓에 깨끗하고 상큼한 숲 속 깊숙한 부드러운 산 길을 걷는다. 먼지 한톨 없는 산행길 또한 최적의 산행 날인 것 같다.

 

<시루봉 정상석> 

 

옥녀봉 정상석에서 인증 사진 한장 후 바로 시루봉으로 향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서서는 다시 지속적으로 오르막 길을 오른다. 시간은 옥녀봉을 출발한 지 30분경 만에 시루봉 정상에 도착한다. 산행 내내 풀내음이 물씬 풍기고,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산에서 부는 바람이 명품 바람이다. 마음껏 즐긴다.

 

<룰룰산행능선 전경>

 

다시 비재를 향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룰루랄라 산행이었다. 산 능선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지치지도 않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길을 걷는 것도 참으로 행복한 날로 생각이 될 정도였다. 회원분들도 제 각각 떨어지는 시간이어서 회원들간에도 앞 뒤로 보이질 않는다.

 

문제는 강승이재를 넘어서다. 신암산행회 선두자가 매어둔 시그널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전혀 다른 길을 들어 섰던 것이다. 아무리 주위 지형을 살펴봐도 오청산으로 가는 길은 아니었다. 나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올랐다. 땀이 바짝 난다. 이렇게 알바 하기를 30여분. 신암산악회 선두자가 매어둔 시그널 있는 곳까지 되돌아 왔다. 후미가 있는가 싶어서 '바우야'를 몇 번 외친다. 바로 아래서 응답이 왔다. 후미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나를 다시 긴장을 풀게 했다.

 

신암산악회 선두자는 시그널을 참으로 아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늘 든다. 필요한 갈림길과 반드시 있어야 할 곳에는 늘 시그널이 없다. 그런데 반드시 필요하지 않는 곳. 다시 말해 그냥 산행길 따라 쭉 가면 되는 곳엔 시그널이 늘 몇 개씩 있다. 그리고 있어서는 안될 곳에 시그널을 달아 놓아 오늘 같이 후등자가 엄청나게 고생을 하게 만든다.

 

물론 선두자도 사전에 답사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도 들고, 나름대로 앞에서 바르게 간다고 생각하고 시그널을 달았다고 인정은 하지만........뭔가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맴돈다.

 

다시 한 번 더 확인을 하고는 그 곳에서 천천히 식사를 하고는 다시 후미를 확인한다. 그런데 소리는 나는데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고, 방향이 왼쪽으로 많이 옮겨져 있는 것 같았다. 참~ . 또 다시 지나 왔던 길로 좀 더 되돌아 갔다. 그런데 전혀 길이 아닌 길로 시그널이 붙어 있고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나는 지형을 한번 훑어 보고는  그 길로 들어선다. 오청산 가는 능선 길이 맞는 것 같았다. 내리막길과 능선길을 따라 걷다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시그널이 중간중간에 보인다. 한참을 가다 앞 사람을 한 번 불러본다. 답이 온다. 알바를 30분 이상 한 탓으로 이제 힘이 좀 빠지는 것 같다. 그래도 후미를 따라 가고 있다는 안도감에 즐겁게 걷는다. 이런 산 속 숲 길을 조용히 걷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하나의 존재의 이유로 다가오는 것이다.

 

오청산을 바로 앞에 두고 나는 정상에 오르지 않고 우측으로 빠진다. 그러면서 추평저수지를 바라보며 언제 어느 코스로 내려설 것인가를 생각하며 징개미재를 지나고도 계속 능선을 탄다. 희미한 길을 따라 얼마를 걸었는지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는 길까지 온 것이다.

 

이제부터는 오늘 개척산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여기서 내려 설 것인가를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때 뒤에서 오청산으로 오르던 한 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답을 해주고는 기다린다. 그분이 오고서 다시 길이 없는 능선과 계곡으로 내려선다. 완전히 개척산행인데 가파르다.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치고 길을 만들면서 내려선다,

 

신암산악회의 정체성으로 굳어진 마지막 코스 개척산행! 오늘 이 코스는 정말 힘 든다.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다. 숲과 잡풀에 가려 보이지 않는 길 바닥은 썩은 나무와 미끄러운 돌과  칡덩쿨과 완전 가시덤불이다. 가도가도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헤치고 헤치고 짐승들이 다닌 길을 찾아 따라 걷다보니 희미하게 사람이 다닌 길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길도 잠시 다시 길이 없어진다. 다시 개척산행!

이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쁘게 피어 있는 도라지 꽃을 발견한다. 숨어 있는 도라지 꽃!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깊은 산 속에 숨어 있던 도라지 꽃> 

 

신암산악회에서는 개척산행이 당연해서 힘들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충 내려온 시간을 계산해 본다. 거의 마을까지 내려 온 듯한데 마을과 사람이 다닌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헤메면서 끝 없이 길을 만들면서 사람이 다닌 흔적의 길을 찾는다.

 

1시간 정도 헤메고 헤멘 끝에 잡목과 잡풀은 무성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다니던 길인 듯한 길이 보였다. 그 길을 따라 걷는다. 땀이 쏟아진다. 그리고 멀리 마을이 보인다. 선두도 후미도 없다, 내려오는 사람마다 모두 개척산행으로 코스가  제 각각인 듯하다. 

 

희미한 길을 따라 걷기를 15분여. 드디어 마을에 들어 섰다. 제일 먼저 나는  마을 어귀 계곡에서 폭포수 처럼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곡에서 알탕으로 시원하게 몸을 씻는다. 이러기를 30여분.

 

다시 마을 길을 따라 걷는다. 길 가의 잘 익은 산딸기와 복분자를 따먹으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겁게 걷는다. 그러다가 마침 내려오는 1톤 트럭을 얻어 타고 추평저수지 아래 삼거리까지 순식간에 내려 왔다. 여기서 산행대장한테 버스가 어디 있는지 확인을 위해 전화를 한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힘든다. 다시 지나가는 승용차를 세워 얻어타고 춘문 마을회관까지만 태워달라고 부탁한다. 그 분도 위치를 몰라 네비게이션으로 확인한다. 다행히 확인되어 바로 달린다. 5분여 만에 춘문 마을회관에 도착한다. 고마운 분들!

 

걸어서 이 곳까지 찾아 온다고 생각하면 끔찍스럽기도 하다. 이 곳을 찾는 것도 그렇지만 아스팔트 길을 이렇게 먼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후미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회원분들 보다 빨리 도착했다. 아마 모든 회원들이 제 각각 알바와 개척산행을 해서 찾아오고 내려오고 다시 마을회관을 찾아 택시를 타거나 끝없이 걸어서 온다고 늦는 것 같았다. 불평을 하는 분들고 있다. 버스가 위치 선정을 잘못한 탓!

 

나는 옷을 갈아 입고 산악회에서 준비해온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따뜻한 삼계탕을 시원한 마을회관 정자에서 맛있게 한 그릇을 먹는다. 내일 초복이기에 오늘 하산주로 삼계탕을 준바한 운영진에게 감사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