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눈길 트레킹!-극한을 즐기다.
산행일시 : 2016년 1월 23일(토)
산행코스 : 삼공리-구천 33경-백련사-오수자동굴-백련사-구천동 옛길-구천동 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 약 17km
산행시간 : 7시간
날 씨 : 흐 림
전국이 혹한으로 얼어 붙었다고 하는 날! 하여튼 무지하게 춥고 차가운 날이고 몇 십년만의 한파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날 극한을 즐기고 얼어 붙은 눈길을 걷기 위해 덕유산으로 간다. 영하 18도, 체감온도 영하 30~40도가 넘는다. 그래도 이렇게 차가운 날 걷는 눈길이 좋다.
지난 91년 초에 덕유산 산행 때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과 극한 속에서의 산행 때와, 2004년 1월 25일 소백산에서의 극한과 얼어 붙은 눈이 면도칼 처럼 휘몰아 치던 광풍에서의 기억! 그리고 2011년 1월 29일 대설주의보가 내렸던 설악산의 극한과 눈길을 즐기기 위해 혼자 한계령에서 대청봉에 올랐던 날이 생각난다.
06시 15분에 집을 나서 06시 30분에 친구를 태우고 07시에 하나은행 앞에서 덕유산행 산악회 버스에 탑승하여 성서홈플을 거쳐 달빛고속도로를 달려 10시 15분에 삼공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부터 도로가 눈으로 얼어 있다. 간단하게 산행준비를 하고 10시 30분에 구천동 계곡을 끼고 백련사로 빠르게 걷는다. 날씨가 차가우면 하늘이라도 파랗게 청명해야 하는데 흐리다. 눈으로 얼어 붙은 구천동계곡의 전경이 절경이다.
친구와 그냥 눈길을 걷는다. 1시간 15분만에 백련사 도착한다. 잠시 휴식을 취차고 여기서 오수자동굴로 해서 중봉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개방되어 있어 오수자동굴로 올라간다. 오후에는 통제한다고 한다. 빠르게 걷다 보니 가파른 된비알 오르막도 아닌데 친구가 힘들어 한다. 이번주 초에 제주도 1박 2일과 설악산 2박 3일 다녀온 피로 때문인 것 같다. 천천히 계곡과 눈길을 즐기면서 걷는다. 사람들로 북적되는 향적봉 오르는 길보다는 그래도 사람이 많지 않는 이쪽 코스 방향의 눈길이 좋다. 그래도 모처럼 개방된 길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좀 많다.
13시. 오수자동굴에 도착한다. 몇 번 온 곳이지만 오늘따라 동굴 안의 고드름이 정말 멋지다. 지하동굴의 종유석처럼 오수자동굴의 고드름도 멋지다. 동굴 안이 푸른 빛으로 쌓인 듯하고 천정에서 아래도 붙은 고드름도 볼거리지만 바닥에서 위로 솟은 고드름이 굵으면서도 수정처럼 투명하다. 겨울에 이 곳에 가끔 왔지만 이런 광경은 또 처음이다. 점심은 이 멋진 동굴 안에서 한다.
오늘 나의 산행 예정은 삼공리 백련사 향적봉 중봉 백암봉 횡령재를 거쳐 송계사로 내려갈려고 했으나 친구가 피곤해 하고 날씨도 너무 추워서 편안하고 여유롭게 눈길 트레킹만을 즐기자고 생각하고 코스를 변경한다. 오수자동굴에서 중봉으로 올라서는 대신 다시 백련사로 내려와서 구천동옛길 자연탐방로 길로 계곡을 타고 천천히 여유롭게 구천 33경을 즐기 생각이다.
자연탐방로! 사람들이 없는 얼어 붙은 눈길! 구천동 옛길! 멋지게 얼어 붙은 계곡 위에다 눈을 뿌려 놓은 듯한 환상적인 계곡길을 걷는다. 오늘 산행은 극한과 눈길 트레킹만으로도 충분하게 즐겁다.
그런데 문제는 향적봉까지 오르고 BACK COURSE 했던 사람들이 예정시간 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온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버스가 송계사로 내려오는 회원들을 태우기 위해 가던 중, 향적봉에서 중봉까지 갔던 1명이 뒤늦게 삼공리로 내려온다고 사전에 연락도 없이 전화가 온 것이다. 날은 어두워지면서 눈발은 다시 휘날리고 도로는 얼어 미끄러운데 태우로 와 달라는 것이다. 참 대책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태우로 갈 수 밖에.......
버스를 되돌려 다시 삼공리 주차장에 도착했으나 이 사람은 도착도 하지도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버스에 탑승한다. 이사람 자기 때문에 기다리고 되돌아 온 회원분들한테 미안하다는 말도 한마디 없다. 눈은 서서히 거세게 내린다. 버스는 천천히 얼어 붙은 빙판 도로를 천천히 달린다. 그런데 빼재로 오르는 중 도로가 빙판길에다 눈이 계속 내려 버스가 더 이상 오를 수가 없다. 가이드는 나름 송계사 방향에 있는 회원들과 본사와 연락하면서 대책을 강구하지만 뽀족한 방안이 없다. 기다리는 사람은 한파에 몇 시간씩 기다리는 상황인데......
버스기사는 타이어에 체인을 감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해서 그만두고, 내가 무주군청과 거창군청에 제설작업을 요청했으나 무주군청은 버스가 있는 반대편 지역인 자기네들 구역은 제설작업을 다 했다고 하고 거창군청은 제설작업을 준비해서 나가겠다고 하면서 1시간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얼마나 기다려야 해결 될 것인지? 무박 2일 산행이 될 것 같은 상황이다.
대안이 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어쩔수 없이 눈이 휘날리는 빙판 위에서 버스를 되돌려 거창으로 조심조심 되돌아 내려가서 송계사방향으로 한참 돌아가기로 한다. 다행히 거창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 도로도 얼어 있지 않다. 빠르게 달린다. 송계사 방향으로 산행한 회원분들은 혹한을 피해 한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다. 버스에 있던 회원들과 함께 시켜 놓은 닭 백숙으로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하고 21시가 넘어서야 대구를 향한다. 드디어 이 곳도 눈이 내리고 도로가 빙판으로 얼어 붙고 있다.
그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다.
오늘도 산행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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